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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뛰고 싶다' RYU, 그런데 자리가 없을 것 같다...실력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028년 LA 올림픽까지 보고 있다.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릴 것이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17일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평가전 후 한 얘기다.

류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역임하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논란 끝에 나이 제한, 프로 년차 제한을 두고 '반강제'로 진행한 세대교체이기는 했지만 문동주(한화) 박영현(KT) 김형준 김주원(이상 NC) 등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발굴됐다.

이번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 평가전은 젊은 대표팀에 좋은 기회였다. 아시안게임의 상승세를 잇고, 세계적 슈퍼스타들을 상대하며 더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올해 말 열리는 프리미어12의 연장선상이기도 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표팀 35명 중 절반 이상이 프리미어12에 출전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사실 류 감독도 샌디에이고전 전까지는 긴장감이 있었다. 재능은 있지만,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은 선수들이 슈퍼스타들을 상대했다 큰 점수 차로 패하면 대표팀 운영 방향도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전에서 마운드 주축인 문동주, 원태인(삼성), 신민혁(NC), 정해영(KIA) 최준용(롯데) 모두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김하성 등 엄청난 선수들을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류 감독은 경기 후 "202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028년 LA 올림픽까지 고려해 앞으로도 대표팀은 젊은 선수들로 꾸릴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여기에 18일 이어진 다저스전에서 19세 신인 듀오 김택연(두산) 황준서(한화)까지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지금 대표팀 엔트리를 채운 어린 투수들에 대한 류 감독의 믿음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다저스전까지 마치고 "투수는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궁금해지는 게 돌아온 '괴물' 류현진(한화)의 향후 대표팀 발탁 여부다. 류현진은 긴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한화로 전격 복귀 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출국 인터뷰에서 대표팀 얘기가 나오자 주저 없이 "불러주실 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며 프리미어12 출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류현진이라는 거물급 투수가 있고, 없고는 단기전 마운드 운영에 엄청난 차이가 될 수 있다. 사령탑에게 선수, 특히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불러도 올까 걱정을 할만한 커리어를 갖춘 대투수의 적극적 참여의지. 류 감독 입장에서는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다.

하지만 야구는 팀 스포츠다.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방향성과 분위기 모두 중요하다. 류현진이 조카뻘 어린 선수들과 어울리지 못할 건 없지만, 다른 중고참급 선수 없이 홀로 왕고참 역할을 하는 건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류현진이 오히려 후배들 눈치를 봐야하고,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이번 메이저리거들과의 대결에서 젊은 투수진이 크게 흔들렸다면, 류 감독도 급격한 세대교체에 대한 속도조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투수들은 '대만족'이었다. 실력 문제가 아니라, 굳이 류현진에게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지 않아도 될 만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프리미어12는 소위 말하는 '걸린 게' 없는 대회다.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지만, 우승하지 못한다고 하늘이 무너질 대회는 아니다.

늘 솔직한 코멘트를 하는 류 감독도 류현진의 대표팀 발탁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