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IA 타이거즈는 결국 안정을 선택했다. 2011년부터 선수로 뛰었고, 은퇴 후에도 KIA에서 코치로 활약한 이범호 타격 코치가 KIA의 새 감독이 됐다.
지난해 우승팀인 LG 트윈스, 준우승인 KT 위즈와 함께 3강으로 꼽힐 정도로 투-타 전력이 안정된 KIA이기에 누가 감독으로 오느냐에 대해 야구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크게 김원형 이동욱 선동열 등 우승 경험이 있는 외부 감독과 진갑용 수석 코치, 이범호 타격 코치 등 선수들과 팀 사정을 잘 아는 팀내 코치, 그리고 타이거즈 레전드인 이종범 전 LG 코치 가 그동안 감독 후보로 팬들과 언론에 오르내렸다.
설 연휴 전 최종 후보를 추렸고, 이후 면접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된 인물이 이범호 감독이었다. 초보감독이라 당장 우승을 노리기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더라도 팀내 사정을 잘 아는 코치의 승격으로 팀을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게 구단의 뜻이었다.
여러 후보 중 이번에 타이거즈 팬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이종범 전 코치였다. 지난해까지 LG에서 1루 코치로 활동한 뒤 올해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거액을 받고 입성한 아들 이정후와 함께 메이저리그 코치 연수를 떠났다.
자신의 꿈인 감독이 되기 위해 떠난 코치 연수였기 때문에 만약 KIA 감독으로 선임된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KIA로 돌아오지 못했다.
KIA도 고민이 깊었다. 경험 많은 외부 감독이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코치냐를 두고 생각을 해야 했지만 팬들의 생각도 무조건 내칠 수 없어 이 전 코치를 최종 후보에까지 놓고 고민을 했다.
사실 감독 후보 중 선임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KIA가 처한 상황과 시간이 이 전 감독에게 불리했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이틀전에 김종국 전 감독에 대한 금품 수수 의혹이 터졌고, 수사가 진행됐고, 심지어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KIA는 김 감독을 해임했다.
보통 처럼 시즌이 끝난 뒤 감독을 정해 새 감독이 팀을 알아가는 시간을 주는 경우가 아니었다. 빠르게 팀을 추스려서 당장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기엔 초보보다는 경험있는 감독이 나을 수밖에 없고, 만약 초보 감독을 선임하더라도 팀에서 코치를 한 인물이 선수 파악 등 적응 시간이 필요없는 장점이 있었다. 이 전 코치에겐 초보 감독에 선수 파악 시간까지 필요하다는 불안 요소가 있었다.
그래도 팀 전력이 좋은 것이 타이거즈 팬들이 이 전 코치의 컴백을 바랐던 이유였다. 전력이 좋으니 초보 감독으로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전력이 안좋을 때 팀을 맡는 것보다 좋을 때 맡는 것이 초보에겐 아무래도 더 감독으로서 연착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KIA 구단은 팬들의 바람을 끝내 이뤄주지 못했다. 아무리 레전드라고 해도 팀을 떠난지 11년이 지난 인물을 지금의 급박한 상황에서 부르는데 부담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봤고, 빠르게 팀을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로 이범호 코치를 뽑았다.
10개팀 감독 중 이종범 코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는 KT 이강철 감독(58)과 롯데 김태형 감독(57) LG 염경엽 감독(56) 등 3명 뿐이다. 이 감독이 다소 늦은 2019년에 KT 감독을 맡았는데 이때도 이종범 코치보다는 어린 53세 때였다. 이종범 코치에게 감독의 기회가 멀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KIA가 아닌 타 구단에서 이종범 코치를 감독 후보군에 둘지도 관심사다. 선수로서 KBO리그의 레전드 활약을 펼쳤고, 코치와 방송 해설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코치 연수도 받는다면 이종범 코치도 이제는 감독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범 코치가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까. 잡게 된다면 친정인 KIA일까 아니면 다른 팀일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