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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어린 나이에 깜짝 은퇴→남몰래 지도자 새출발...'더 멋진 미래가 열릴겁니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약 2주 전,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외야수 김준완(32)이 은퇴를 알렸다. 키움에서 두 시즌을 뛰었는데,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고심 끝에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 심경을 밝혔다. 김준완은 당시 "지난 11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려 한다. 매일이 나에게 전쟁이었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은 오늘까지인 것 같다"고 말해 보는 팬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울림을 준 선수. 신고 선수들의 희망 중 하나였다. '롤러코스터' 야구 인생이었다. 2013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프로 진출을 노렸지만, 신인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NC 다이노스가 그를 육성 선수로 받아줬다.

육성 선수로 출발은 김준완에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래도 빠르게 1군에 자리잡았다. 뛰어난 컨택트 능력과 빠른 발, 넓은 외야 수비 범위를 앞세워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2016 시즌 122경기, 2017 시즌 104경기에 출전하며 주전급 외야수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2017 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팀이 2-4로 밀리던 4회말 2사 1, 3루 위기에서 상대 민병헌의 장타성 타구를 그림같은 다이빙캐치로 걷어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도 잊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하지만 전성기가 너무 짧았다. 두 시즌 활약에 힘입어 상무에서 군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군에 다녀오니 자리가 없었다. 그렇게 NC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졌고 2021 시즌을 마치고 방출됐다. 키움에서도 젊은 선수를 키우겠다는 육성 기조에 자리를 잃고 말았다.

김준완은 은퇴를 알린 후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초 결혼해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는 했었지만, 야구선수가 된 후 이렇게 여유를 갖고 여행을 다녀온 건 처음이라고. 김준완은 "은퇴를 결정하며 마음의 정리는 다 끝내, 여행은 즐겁게 다녀왔다"고 밝혔다.

아직 신혼인데, 이제 더 이상 유니폼을 입지 못하는 남편을 보며 안타까워 할 와이프에 대해서는 "속상해 하지만, 더 멋진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위로를 건넸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아직 이른 나이고, 기다렸다면 다른 구단의 콜도 받을 수 있었을 기량인데 은퇴 결정을 내린 이유가 궁금했다. 김준완의 결심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상무 야구단에서의 지도자 제의가 있었던 것이다. 김준완은 "언젠가 은퇴를 해야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하면 아쉬워도 과감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오늘(18일) 첫 출근을 했다. 지도자로서의 각오를 거창하게 얘기하기는 이르지만, 내가 선수로 뛸 때 코치님들께서 내 얘기를 들어주시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선수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준완은 마지막으로 "선수로서는 목표도 갖기 힘들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싸웠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지만, 팀이 강해지려면 그 뒤를 받치는 선수들도 있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한 선수라고 팬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또 그런 선수들을 위해 지도자로서 애써보겠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