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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데이'에 기세가 꺾였다. 허무한 폭투로 롯데 2대3 패배, 60일만에 두번째 3연패. 4연승 KT 탈꼴찌 성공[부산 리뷰]

[부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롯데 자이언츠의 올시즌 유행어는 '기세'다. 그리고 롯데는 기세를 올리며 3위까지 치고 올라가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롯데는 7일 부산 KT 위즈전을 '기세 데이'로 정하고 '기세'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관중에게 나눠주고 기세있는 응원을 부탁했다. 하지만 롯데 기세가 꺾였다. 전날 1대4 패배에 이어 이날도 연장 접전 끝에 2대3으로 패하면서 3연패에 빠졌다.

반면 KT가 기세가 올랐다. 4연승을 달리며 이날 두산에 패한 한화 이글스를 10위로 밀어내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KT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서 선발 엄상백의 7이닝 3안타 무4사구 1실점(비자책)의 눈부신 호투를 바탕으로 2-2 동점인 10회초 문상철의 2루타로 만든 기회에서 상대 투수의 폭투로 결승점을 뽑아 3대2로 승리했다.

롯데도 찰리 반즈가 7이닝 2실점(1자책)의 호투로 맞불을 놓았고, 8회말 동점을 만들며 연장까지 경기를 이었으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롯데의 3연패는 올시즌 두번째다. 지난 4월 4일 SSG전부터 8일 KT전까지 첫 3연패를 했고, 60일만에 다시 3연패를 맛보게 됐다.

롯데는 이날 경기전 필승조 불펜인 김상수와 김진욱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둘에게 회복의 시간을 준 것.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둘이 최근 커맨드가 좋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증거다"면서 "열흘 동안 체력적으로 회복하고 새롭게 리셋하는 기간을 주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롯데는 이날 상대 선발 엄상백에 대응해 김민석-고승민-전준우-렉스-정훈-노진혁-유강남-박승욱-김민수로 구성했다.

KT는 롯데의 왼손 선발 찰리 반즈에 맞서 황재균-안치영-문상철-박병호-장성우-이호연-배정대-장준원-정준영으로 구성했다. 김민혁과 강백호가 몸상태가 좋지 않아 빠졌다고. 전날 감기몸살로 야구장에 오지 않고 숙소에서 휴식한 김상수는 이날 훈련을 소화했고, 경기 후반 출전은 가능한 상태다.

초반은 완전한 투수전이었다.

롯데 반즈와 KT 엄상백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아가면서 쉽게 쉽게 넘었다.

1회초 삼자 범퇴에 그친 KT는 2회초엔 선두 박병호가 좌전안타로 출루했으나 1사후 6번 이호연이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3회초에도 삼진 2개를 당하며 삼자범퇴였고, 4회초엔 2사후 3번 문상철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지만 박병호가 2루수 플라이로 아웃.

롯데도 엄상백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1회말 3명의 타자가 모두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롯데는 2회말에도 좌익수, 중견수, 2루수 플라이로 아웃. 3회말엔 7번 유강남이 2루수앞 땅볼, 8번 박승욱이 투수앞 땅볼, 9범 김민수가 삼진으로 아웃돼 3회까지 1명도 출루시키지 못했다.

3회까지 0-0의 멋진 투수전.

4회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4회말 롯데 선두 김민석의 우전안타에 이어 2번 고승민의 희생번트 때 타구를 잡은 투수 엄상백이 1루로 던진 게 뒤로 빠지며 무사 1,3루가 됐다. 이어 3번 전준우의 유격수앞 땅볼 때 3루주자 김민석이 홈을 밟아 롯데가 선취점을 뽑았다. 유격수 장준원이 한번에 공을 잡지 못하며 병살에 실패해 전준우가 1루에서 세이프됐고,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하며 1사 2루의 추가 득점 찬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렉스가 삼진으로 물러났고, 정 훈이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며 1점으로 만족해야 했다

5회엔 KT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선두 5번 장성우의 좌전안타에 6번 이호연의 우전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서 상황이 벌어졌다. 볼카운트 1B1S에서 희생번트를 대려던 7번 배정대가 배트를 걷어 다시 타격 자세로 고쳐잡고 휘둘렀는데 그만 헛스윙이 됐다. 그런데 이때 1,2루주자가 뛰었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앤드 런 작전이 걸린 것. 주자는 뛰고 타자가 번트 대신 치는 것이었는데 배정대가 치지 못하면서 주자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특히 2루주자 장성우가 발이 느려 포수 유강남이 3루로 정확히 뿌린다면 아웃될 수 있었다. 그런데 유강남이 3루로 던진 게 3루로 가지 않고 좌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오히려 좌전안타가 된 것. 장성우는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와 득점. 1루주자 이호연도 3루까지 도달해 무사 3루가 됐다.

배정대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8번 대타 김상수가 볼넷을 골라 1사 1,3루의 찬스가 이어졌다. 9번 정준영은 초구 기습 번트를 댔다가 파울이 됐는데 2구째 다시 한번 번트를 댔다. 그 사이 반즈가 3루 견제를 했고, 이에 대해 이강철 감독이 보크가 아니냐고 항의를 하면서 초구 번트가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자 정준영이 바로 다음 공에 또 번트를 댄 것. 이번엔 제대로 댔고, 이호연이 홈을 밟아 2-1 역전에 성공했다.

롯데가 5회말 다시 기회를 잡았다. 6번 노진혁과 7번 유강남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고, 8번 박승욱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가 됐다. 하지만 엄상백에게 또 막혔다. 9번 김민수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1번 김민석이 친 타구는 좌익수 플라이로 잡혔다.

KT도 6회초 2사후 박병호의 우중간 2루타와 장성우의 좌전안타로 1,3루의 추가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전날 친정에 비수를 꽂았던 이호연이 이번엔 한방을 치지 못했다. 회심의 일격이 중견수에게 잡혔다.

롯데 반즈는 7회까지 던졌다. 7회초 안타에 번트로 2사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1번 황재균을 유격수앞 땅볼로 잡아내며 자신의 최대치 피칭을 했다. 7이닝 동안 올시즌 최다인 107개의 공을 던진 반즈는 6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반즈의 7이닝 투혼에 롯데 타선이 화답하지 못했다.

롯데는 8회초 고승민을 올렸다. 1-2, 1점차이니 8,9회에 역전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2사후 4번 박병호에게 볼넷, 장성우에게 안타를 맞아 1,2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이호연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고승민의 투혼에 드디어 롯데 타자들이 힘을 냈다.

7회까지 3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눈부신 호투를 보인 KT 선발 엄상백이 내려가고 셋업맨 박영현이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선두 박승욱의 타구를 2루수 이호연이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실책이 나오면서 경기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롯데의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롯데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타 황성빈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김민석의 우전안타가 터졌고, 박승욱이 아슬아슬하게 먼저 홈을 찍으며 2-2 동점이 됐다.

KT도 9회초 기회를 만들었다. 1사후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김상수가 중전안타를 친 뒤 폭투 때 2루까지 달려 1사 2루가 됐고, 정준영의 1루수앞 땅볼때 3루까지 진출했다. 황재균이 볼넷을 골라 2사 1,3루. 2번 김민혁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포크볼에 헛스윙.

롯데는 9회말 KT 세번째 투수 손동현을 맞아 2아웃 이후 노진혁이 우전안타를 쳤다. 이어 유강남 타석 때 원바운드 공에 노진혁이 2루까지 달려 세이프. 안타 하나면 경기가 끝나지만 유강남이 유격수앞 땅볼로 물러나며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10회초 KT가 천금같은 찬스를 잡았다. 선두 문상철이 롯데 김도규를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쏘아올린 것. 이어 이상호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만들어졌고, 타석엔 이날 안타 3개를 친 장성우가 등장했다. 풀카운트 승부가 이어졌고, 모두가 둘의 승부에 긴장 속에 지켜봤으나 6구째 공이 옆으로 허무하게 빠졌다. 그동안 원바운드 공을 수없이 막아온 포수 유강남도 절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졌다. 볼넷에 문상철이 홈을 밟아 3-2.

KT는 10회말 마무리 김재윤이 올라와 질긴 승부를 끝냈다. 박승욱을 2루수앞 땅볼, 황성빈을 2루수앞 땅볼, 김민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시즌 8세이브째를 챙겼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