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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감독이 우승까지 말했다. 스피드배구로 바뀐 작년 6위팀의 강렬했던 데뷔전[순천 코멘트]

[순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앞으로 굉장히 좋아질 것 같다.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팀이지 않나 생각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6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권순찬 감독을 영입했고, 김연경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단숨에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보여준 전력으론 우승 후보로 꼽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흥국생명의 달라진 플레이에 주목했다. 강한 서브와 빨라진 플레이가 통할 수 있다고 봤다.

흥국생명은 갑자기 5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13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개막전서 단 8명의 선수로만 경기를 치렀다. 이 중 2명이 리베로여서 교체 선수 없이 뛰었다. 그런데 IBK기업은행에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고, 단조로운 공격을 잘 막아내면서 빠른 공격으로 승리를 따냈다.

김 감독은 "흥국생명 플레이가 무지 빠르다"면서 "우리 미들 블로커가 자리를 잡지 못해 2세트까지 블로킹 득점이 하나도 없었다. 상대가 속공을 안하니 양 사이드로 가자고 했는데도 미들 블로커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플레이가 빨라졌다. 블로킹이 흔들리면서 수비도 같이 흔들렸다. 보완해야할 점이 눈에 띄었다"라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흥국생명이 서브도 좋아지고 김연경이 들어가면서 리시브도 좋아졌다"며 "앞으로 굉장히 상대하기 힘든 팀이 될 것 같다.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팀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흥국생명 권순찬 감독은 경기 후 플레이가 빨라졌다는 말에 "박혜진 선수가 빠른 게 아니다"라며 "(박)은서나 (김)다솔이가 더 빠르다. 지금보다 더 빠를 것이다. 그렇게 훈련을 했는데 이번에 못 보여드려 아쉽다"라고 더 빠른 스피드 배구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김연경 역시 2년전보다 달라진 흥국생명을 느끼고 있었다. 김연경은 "지난해에 6위를 했는데 감독님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면서 "서브를 바꿨다. 점프 서브를 많이 한다. 미스를 하더라고 강한 서브를 하려고 한다. 오늘도 서브 미스가 많았지만 서브 득점도 많았고 상대가 많이 흔들렸다"라고 했다.

또 김연경은 "공격도 빠른데, 예전엔 토스된 공을 보고 들어갔다고 하면 지금은 세터가 토스하기 전에 스텝이 들어간다. 두 세 박자 빨라진 배구다"라면서 "시즌 때는 더 보기 좋은 완성된 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빠른 배구의 장점 중 하나는 상대 블로킹을 피할 수 있다는 점. 이날 IBK기업은행의 미들 블로커가 흥국생명 공격수를 따라가지 못한 것처럼 상대 미들 블로커가 자리를 잡기 전에 공격수에게 토스를 해서 공격을 더 편하게 하도록 한다. 또 여러 가지 다양한 공격을 할 수도 있다.

김연경은 "상대 미들 블로커가 위치 선정하기 힘들어서 파이프 공격 등 다양한 공격이 가능해진다. 리시브가 잘된다고 하면 빠른 플레이를 할 수 있다"라면서 "우리 팀에 신장이 큰 선수가 많이 없어서 빠르고 공격적으로 가야할 것 같다"라고 했다.

김 감독이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하자 김연경은 깜짝 놀라기도. "이번 대회 말씀하신 거겠죠?"라고 되물은 김연경은 "연습경기 할 때 다른 팀에 많이 졌다. 잘 안된 부분들이 많았다"라며 "지금은 정규시즌에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근차근 올라가야 할 것 같다"라며 조심스러운 답변을 했다.

그만큼 흥국생명이 보여준 플레이는 인상 깊었다. 교체 선수 없이 뛰었음에도 빠른 배구로 승리를 낚았다는 것 자체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할 수 있다. 순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