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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수' 이긴 현 KBO 최강 병기, 그가 꼭 잊지 말아야 할 것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오랜만에 본 명품 투수전, 판정승 거둔 안우진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전은 관전 포인트가 매우 많은 경기였다. 키움은 리그 2위, KIA는 4위로 상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서로를 무조건 이겨야 했다. 28일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키움이 승리하며 키움은 3연승, KIA는 2연패였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건 양팀 선발 맞대결이었다. 에이스들의 출격이었다. 키움 안우진, KIA 양현종의 맞대결이었다.

상징성이 컸다. 양현종은 한 시대를 호령했던(물론 지금도 최고 선발투수 중 한 명이지만) 파워피처였다. 이제 30대 중반이 되며 150km가 넘는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기본적으로 좌완투수 치고 빠른 공에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다녀오며 산전수전 경험을 쌓아 완벽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더해졌다.

반대로 안우진은 현 시점 리그 최고의 파워피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 쉽게 얘기하면, 구위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 안우진을 누를 수 있는 투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150km 중반대가 넘는 강속구가 타자에게 날아드는데, 공이 깨끗하면 칠 수 있다. 하지만 안우진의 공을 꿈틀꿈틀 살아 숨쉰다고 표현을 해야할까. 공이 워낙 빠르고 회전이 강해 같은 팀 포수도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두 투수이 경기 운영 방식은 극명히 갈렸다. 앙현종은 직구-슬라이더-체인지업을 앞세워 키움 타자들을 요리했다. 구속이 떨어졌다고 해도 아직 140km 후반대를 찍었다. 7회 1사 2루 위기서 김웅빈을 상대하는 장면이 돋보였다. 직구 2개로 2S를 잡은 후, 높은쪽 직구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그리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지니, 김웅빈의 방망이가 꼼짝 없이 따라나왔다. 완급 조절의 백미였다. 물론, 아쉬웠던 건 그 다음 타자 이지영과의 맞대결에서 통한의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는 것이다. 1B2S 상황서 양현종이 못던졌다기보다, 이지영이 고도의 집중력으로 양현종의 슬라이더를 기막히게 받아쳤다.

만대로 안우진은 23세 젊은 투수의 패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앞뒤 잴 것 없었다. 계속해서 무서운 강속구를 가운데만 보고 뿌렸다. 변화구 구사, 제구에서 난조를 보이기도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그가 이를 악물고 던지는 공을 제대로 칠 수 있는 KIA 타자는 없었다.

안우진 7이닝 2안타 2볼넷 7삼진 무실점, 양현종 7이닝 5안타 1볼넷 1사구 9삼진 1실점. 우열을 가리기 힘든, KBO리그 파워피처 계보를 잇는 신-구 맞대결에서 안우진이 판정승을 거뒀다. 탈삼진은 밀렸지만 실점이 없었고, 팀이 1대0 승리를 거두며 승리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지난 11일 양현종과의 시즌 첫 맞대결 패전 아픔을 제대로 설욕했다. 시즌 9승째를 따내며, 자신의 시즌 커리어하이 기록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무서운 페이스다.

하지만 '대투수'와의 맞대결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기만 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젊고 힘이 넘치기에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더 무서운 투수가 되려면 양현종이 이날 보여준 완급 조절과 경기 운영 능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젊은 투수가 벌써부터 힘을 빼고 던질 필요는 없지만, 안우진의 목표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라면 이미 큰 무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선배의 노하우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

야구 뿐 아니다. 양현종은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한 팀에 보여준 충성심과 함께 그동안 많은 선행을 펼쳐 프로 선수로서 귀감이 됐다. 안우진은 프로 데뷔 후 여러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에 올랐다. 안우진에게는 아픈 기억이겠지만 아무리 야구를 잘하고, 외모가 훌륭해도 인성이 따라주지 않으면 팬들은 그 선수를 스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함께, 프로 선수로서 야구장 안팎에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현종의 그동안의 행보가 안우진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