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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때린 강습타구+허벅지 통증’ 이겨낸 자존심, 양현종의 7이닝 102구 9K 1실점

3회말 2사 이정후의 강습타구가 원바운드로 양현종을 향했다. 순간적으로 몸을 돌리며 피했지만 타구는 양현종의 왼손바닥을 스치며 지나갔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격수 박찬호가 내야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이 끝난 상황. 하지만 얼굴을 찡그리며 왼손을 터는 양현종의 상태가 걱정스러웠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양현종의 왼손바닥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트레이너는 곧바로 다친 손을 얼음주머니로 감쌌다.

4회말이 시작되자 양현종이 얼음주머니를 풀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엔 다리 쪽에 문제가 생겼다. 선두타자 송성문의 1루 쪽 내야안타 때 베이스커버를 들어가야 할 양현종이 왼쪽 허벅지 통증 때문에 뛰어가질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공을 잡은 황대인이 직접 베이스를 밟았지만 송성문의 발이 빨랐다.

한동안 1루 베이스 옆에 주저앉아 있던 양현종을 보며 3루 쪽 KIA 관중석엔 침묵이 흘렀다. 2이닝 연속 찾아온 불운, 신구 에이스의 맞대결이 아쉽게 중단되는 걸까.

키움의 파이어볼러 안우진과의 자존심을 건 리턴 매치다. 첫 대결은 양현종의 승리였다. 11일 광주에서 6이닝 2실점 한 양현종이 6이닝 4실점 한 안우진을 이겼다.

하지만 올 시즌 경기를 치를수록 위력을 더해가고 있는 안우진이다. 최근 방망이가 식은 KIA 타자들 역시 안우진 앞에서 헤매고 있었다. 2연패를 당한 KIA의 분위기를 돌려놔야 할 책임감이 에이스에겐 있었다.



양현종이 다시 일어났다. 이용규의 좌익수 플라이와 김수환의 사구로 1사 1, 2루. 양현종이 김웅빈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지영 타석. 포수 한승택의 절묘한 견제구가 1루로 날아갔고 김수환이 속절없이 아웃됐다. 위기의 4회를 무사히 넘긴 양현종이 한승택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숨 막힌 0-0 명품 투수전은 7회가 돼서야 결판이 났다. 안우진이 먼저 무실점으로 7이닝 투구를 끝냈다. 7회말 선두타자 이용규가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양현종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다. 김수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양현종은 김웅빈을 4구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이지영에게 결승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지영은 양현종의 4구째 체인지업을 가볍게 받아쳐 2루수 김선빈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뽑아냈고 그대로 결승타가 됐다.



양현종이 안우진과의 두 번째 대결에서 졌다. 하지만 7회를 마치고 내려오는 에이스를 향해 3루쪽 KIA 팬들은 "양현종"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추가 득점 없이 1대0으로 끝난 이날 경기 히어로 안우진의 7이닝 2안타 2볼넷 7K 무실점 피칭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왼손에 강습타구를 맞고 허벅지 통증까지 참으며 버틴 양현종의 7이닝 5안타 1볼넷 1사구 9K 1실점 102구 역투 역시 눈부셨다.



한 번씩 강펀치를 주고받은 23세 젊은 피와 34세 베테랑의 자존심 건 세 번째 대결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