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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일찌감치 수건 던졌는데, 믿기 힘들었던 SSG의 자멸 [잠실 포커스]

[잠실=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두산이 수건을 던졌는데, 자멸한 SSG.

지난 주 2번의 4점차 리드 역전패. 그런데 하마터면 더 큰 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 7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질 뻔 했다. 무승부라도 거둬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 걸까.

SS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3연전 첫 경기에서 연장 12회 승부 끝에 9대9 무승부를 기록했다. 똑같은 무승부인데, 왜 아쉬움이 남느냐.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SSG는 지난 주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를 만나 2차례 역전패를 기록했다. 똑같이 5-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필승조가 무너졌다. 개막 초반 잘나가던 때의 불펜의 힘이 떨어진 모습. 여기에 이날 두산전을 앞두고 마무리 김택형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는 끔찍한 소식까지 들어야 했다.

좋지 않은 분위기를 단숨에 넘길 수 있는 법. 시원한 승리였다. 두산 선발 이영하가 SSG를 도왔다. 1회부터 믿기 힘든 제구 난조를 보이며 볼넷을 연거푸 헌납, 무너지고 만 것이다. SSG는 이영하의 부진 속에 1회와 2회 대거 8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8로 뒤지던 5회를 앞두고 주전 포수 박세혁을 빼줬다. 백업 박유연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 다치지 않은 주전 포수를 불러들였다는 건, 사실상 이날 승리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경기 후반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SSG 불펜 투수들이 초반 이영하처럼 계속해서 볼넷을 내준 것이다. 아무래도 최근 팀이 지는 경기가 늘어나고, 그 원인이 불펜 부진으로 지적을 받자 부담을 지우기 힘든 모습이었다. 8회가 가장 큰 고비였다. 볼넷, 안타에 신인 윤태현은 보크까지 저질렀다. 4명의 투수가 나왔지만, 4실점으로 무너졌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서진용이 마지막 위기를 넘기며 역전까지 허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SSG 입장에서는 추격을 허용한 것도 좋지만, 추가점을 내 이기는 경기를 해야했다. 상대는 전문 포수가 아닌,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내야수가 경기 절반 이상을 포수로 뛰었기 때문이다. 6회 박유연이 사구로 빠지게 되자, 이날 1군에 콜업된 거포 유망주 김민혁이 마스크를 썼다. 볼 배합, 수비, 송구 등에서 모두 문제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SSG는 김민혁을 상대로 제대로 치지도 못했고, 어렵게 출루를 해도 그를 흔들지 못했다. 오히려 '어리바리' 배터리에 SSG 타자들이 스스로 말리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건, 두산이 경기를 넘길 수 있는 흐름이었는데 서진용과 최민준의 호투로 역전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위안이 될까. 김원형 감독의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