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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수→1루수→우익수, 80만달러 NC 외인은 왜 '극한직업' 주인공 됐나 [SC 초점]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마티니에게 미안하긴 합니다만…."

NC 다이노스 외국인 타자 닉 마티니는 KBO리그에 데뷔해 그 누구보다 '열일' 중이다. 의도치 않게 꼴찌팀에 와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까지 지켜보는 등 눈치 보는 것도 힘든데, 경기에 나갈 때마다 수비 포지션이 바뀐다.

개막 시점에는 좌익수로 뛰었다. 1루가 비었을 때는 1루수로도 나갔다. 그리고 이명기, 권희동 두 외야수들이 징계를 마치고 돌아오니 고정 1루수가 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권희동이 부상으로 빠지자 이제는 우익수로도 출전한다. 지난 한 주 마티니의 포지션을 보면 1루수-우익수-지명타자를 왔다갔다 했다.

마티니는 한국에 들어올 때부터 멀티 수비 요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선수이긴 하다. 미국 무대에서 주포지션은 외야수였지만, 마이너리그에서 1루수로 뛴 경험도 어느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 스스로도 입국 당시 "코너 외야수가 주포지션이지만, 팀이 원하면 중견수로도 나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수비 위치가 너무 자주 바뀌자 사고도 터지고 있다.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마티니가 1루 베이스 커버를 제 타이밍에 들어가지 못해 선발 송명기가 무너지는 빌미를 제공했다. 7일 LG전에서는 1루에서 치명적 실책 2개를 저질렀다. 2경기 모두 팀이 패했다.

14일 SSG 랜더스전도 마찬가지. 이번에는 우익수 포지션이었다. 6회말 SSG 오태곤이 친 타구가 결승타가 됐는데, 실책은 아니었지만 사실 이 타구도 마티니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놓친 것이었다.

NC는 국내 선수들의 라인업을 최상으로 짜놓고, 빈 자리가 생기는 곳에 마티니를 투입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우익수와 1루수를 오가고 있지만, 이명기가 수비 휴식을 취해야 하는 날은 마티니가 다시 좌익수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좋게 표현하면 외국인 선수에 대한 믿음이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수비 위치가 너무 자주 바뀌면 대형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강인권 감독대행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강 감독대행은 "수비 포지션이 계속 왔다갔다 하니 영향이 있을 것이다. 세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좌익수와 우익수는 타구 휘는 방향과 수비의 흐름 자체가 아예 다르다"고 말하며 "최대한 한포지션에 나가게 해주려 노력은 한다. 다만, 우리 타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부분이 있다. 타선의 힘을 극대화 시키려다 보니, 마티니에게 미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