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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조 승승장구→2번의 시련, 갈림길에 선 157km 신예 파이어볼러 [SC 포커스]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또 힘든 상황이 일어날 거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SSG 랜더스가 올시즌 개막 후 처음 위기에 빠졌다고 해야할 것 같다. SSG는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7대8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8회초 전까지 5-1로 앞서던 경기를, 필승조를 다 내고도 지키지 못했다.

한 주에 두 번째 참사다. 1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똑같이 5-1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 때도 마무리 김택형을 포함한 필승조가 무너졌다.

압도적 선두로 달려나갔지만, 이제 2위 LG 트윈스와의 승차가 2.5경기로 줄어들었다. 물론, 선두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최근 페이스를 보면 1위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준다.

선발들은 잘던진다. 굳이 문제를 꼽자면 불펜이다. 김택형도 김택형이지만, 지난주 역전을 당한 두 경기 신예 조요한의 투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조요한은 시즌 초반 혜성같이 등장한 '파이어볼러'다. 지난해 SSG 지명을 받고 입단해 가능성을 보였고, 올시즌을 앞두고 새 구종인 컷패스트볼(커터)을 장착해 제구를 가다듬었다. 직구 최고구속이 160km 가깝게 찍히니 다른 구종이 많지 않아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지난 10일 삼성전에서 경기 중 최고구속 157km를 직었다.

김원형 감독은 지난달 23일 첫 콜업 후 비교적 빠르게 조요한을 필승조로 편성했다. 그것도 7회가 아닌 중요한 8회 나오는 핵심 불펜으로 말이다.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삼성전과 NC전 두 번의 아픔을 겪었다.

삼성전의 오재일과 김동엽에게 홈런을 맞았다. 제구의 흔들림은 없었다. 다만, 노림수 싸움에서 밀렸다는 게 중요하다. KBO리그 타자들도 수준이 높아져, 아무리 공이 빨라도 구종과 코스를 예상하면 완벽한 타이밍에 쳐낼 수 있다.

NC전은 조요한이 아직 더 성장해야 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9회 마무리 김택형이 가벼운 통증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급하게 나왔다. 무사 주자 1루. 경험이 부족한 조요한에게 압박이 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긴장한 듯,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김응민에게 사구를 내주고, 다음 타자 손아섭과의 대결 중 장지훈으로 교체됐다. 그대로 뒀다가는 승부도 해보지 못하고 볼넷으로 타자를 내보낼 게 뻔하다는 걸 김 감독이 알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보기 드문 파이어볼러의 등장이다. 야구 측면에서도 큰 소득이고, 마케팅에서도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를 키워낼 수 있는 기회다. 미래 마무리 투수가 될 만한 자원이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성장을 시키려다, 이어지는 시련으로 선수가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이 기로에서, 조요한이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그가 큰 선수로 성장할 지, 아니면 공만 빠른 그저 그런 선수로 남을지 결정이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감독은 "조요한은 갑작스럽게 필승조에 들어왔다. 1달도 안된 사이에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요한을 두둔했다. 이어 "남은 시즌 경기가 많다. 계속 잘했으면 좋겠지만, 안좋은 상황이 또 일어날 거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며 선수가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어린 선수에게 경기 결과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컨디션 관리를 잘해주고,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끔 하는 것에만 집중하려 한다. 선수 미래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결과는 그 다음"이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