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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해프닝으로 끝난 이강인 논란, 되새겨야 할 점도 있다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강인이 되새겨야 하는 점.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조별리그 첫 경기인 뉴질랜드전에 충격패를 당했지만, 루마니아와 온두라스를 연속으로 대파하며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온두라스전 6대0 대승. 모두가 기뻐해야 할 상황에 딱 한 선수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막내형' 이강인이었다. 경기 후 이강인은 퇴장하는 수비 선수들을 향해 뭐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후반 교체로 들어온 김재우가 타깃이 됐다. 정확한 코멘트는 알 수 없지만, 불만 표출이었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선수에게 반말로 화를 내는 건 분명했다.

이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황상 경기 막판 수비진에서 공만 돌리는 상황에 공격수인 이강인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다. 한쪽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며 이강인을 지지했고, 다른쪽은 아무리 그렇다 해도 팀 막내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형들을 향해 지나친 행동을 한 게 아니었냐는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하루 뒤인 29일, 김학범 감독이 진화에 나섰다. 김 감독은 "특별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나고 나서 웃으면서 한 얘기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실제 선수들도 좋은 분위기 속에 회복 훈련을 했고, 이강인도 웃으며 함께 했다. 단, 김 감독은 수비진이 공을 돌린 건 자신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토너먼트를 앞두고 큰 점수차로 앞서는 가운데 부상 위험 등이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도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이강인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스포츠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의무다. 특히,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는 무대에서 뛰는 이강인 입장에서는 그라운드에 서있는 1분 1초가 귀중할 수 있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틀렸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다. 모든 경기 운영은 감독이 결정한다. 감독의 지시대로 움직인 선수들을 특정 선수가 지적을 해서는 안된다.

반말 논란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에서는 선후배가 없는 게 당연하다. 실력 좋은 선수가 더 인정 받아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팀 리더를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경기 중 다급한 상황에 반말을 하고, 화를 냈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할까. 경기가 끝나고 나서까지 나이가 훨씬 많은 형들에게 반말을 하며 다그치는 걸 좋게 볼 사람은 많지 않다.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동료들을 품을 줄도 알아야 한다. 팀이 6대0 대승을 거두고 조 1위가 확정적인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리더의 자세가 아니다. 이미 승부가 기운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데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동료들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오해를 사기 좋다.

이강인이 유럽에서 오래 축구를 했으니 이를 이해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 대표팀만의 문화와 팀 질서도 존중을 받아야 한다. 대표팀은 선수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이해 관계로 모인 곳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팀으로 성적을 내야 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