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스포츠 스타들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회장은 스포츠에도 큰 관심과 사랑을 준 인물이었다. 국제 스포츠 무대,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도록 물심양면 도왔다. 이 회장의 지원은 한국 스포츠 성장의 자양분이었다. 경제계 거물이었지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체육인이기도 했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기억하는 스포츠 스타들은 이 회장과의 추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에리사 전 의원은 이 회장의 집에서 북한 선수 경기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회장님께서 탁구도 사랑하셨다. 선수 시절 북한 선수 경기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때 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녹화 필름을 보면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꼼꼼히 챙겨주셨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며 "첫 번째 자서전 '2.5g의 세계'를 출간해 찾아뵈었을 때 주셨던 전자 손목시계를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IOC위원 역시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다. 유 위원은 "삼성생명 탁구팀에서 큰 지원을 받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IOC 위원이 되기까지 전 과정에서 이 회장님은 마음속에서 늘 '키다리 아저씨'같은 존재였다"면서 "회장님께서 올림픽 후에 '중국을 꺾은 탁구 금메달이 금메달 중에서도 정말 대단한 금메달'이라는 칭찬과 함께 특별히 격려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한국의 수영 영웅 박태환에게도 이 회장은 자신의 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은인이었다.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 결승전서 아시아 최고기록으로 기분 좋게 우승했을 때 회장님께서 시상자로 '수고했어요'라며 환하게 웃어주셨다"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자유형 400m 예선전에서 실격 판정이 나왔다가 나중에 기적적으로 번복됐고 결승에서 값진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난 뒤 이 모든 과정에 회장님이 함께 해주셨다는 얘길 듣게 됐다. 결승전에도 직접 찾아주셨다.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신치용 진천 선수촌장은 1995년부터 20년간 삼성화재 배구단 감독을 역임했다. 신 촌장은 "회장님께서는 팀 성적이 안 좋을 때 '선수들에게 잘해줘야 한다.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관심이 없으면 성적이 떨어진다'면서 '구단의 관심이 팀 성적이 되고 팀의 힘이 되고 인기가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 회장은 1985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구단주를 맡아 명문 구단을 만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85년 삼성이 국내 구단 중 처음으로 미국으로 스프링캠프를 간 것은 유명한 사실. 삼성이 다른 구단보다 한발 앞선 선진 야구를 습득한덴 이 회장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 원년멤버로 활약했던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회장님께서 아들 이재용 부회장과 야구장도 자주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팀 창단 때 본사에 갔었는데 회장님이 대학을 갓 졸업한 나를 딱 지목하더니 '프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셨던 적이 있다. 나는 '일단 최고가 돼야 한다. 내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을 했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이 회장과의 일화를 얘기했다.
김시진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도 이 회장의 별세 소식에 마음 아파했다. "삼성과 계약을 하고서 당시 중앙일보 3층에 있던 회장님 방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다"고 한 김 전 감독은 "1984년 전기리그 우승을 하고 축승회 때 회장님께서 오셔서 함께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그때 큰 아들이 돌이었는데 회장님께서 안아주셨고 홍라희 여사님과 함께 모두 사진을 찍었다"며 이 회장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김 전 감독은 "이태원에 있던 자택에 초청을 받아 식사를 한 적도 있었다. '잘해서 좋은 성적내라'던 격려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면서 "1985년에 처음 플로리다 베로비치의 다저타운에 스프링캠프를 갔을 때 선수들이 크게 자부심을 느끼며 야구를 했었다"고 말했다.
삼성과 뗄 수 없는 선수 중 한명은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이 회장과 직접 일대일로 만난적은 없었지만 유명한 일화가 있었다. 2014년 이승엽의 홈런에 병상에 누워있던 이 회장이 반응을 보였다. 2014년 5월 25일 대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가족들이 병원에서 TV로 보고 있었는데 9회에 이승엽이 스리런 홈런을 쳤을 때 중계방송에서 홈런을 크게 외치자 이 회장이 크게 눈을 떴다. 이 회장은 당시 병상에 누워있던 상황이라 가족에겐 그런 반응조차 큰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