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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민망한 신인왕 탄생 위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평생 한 번만 누릴 수 있는 신인상의 영광,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맞을까.

남자프로농구 시즌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조기 종료됐다. 원주 DB와 서울 SK가 공동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시즌이 마무리됐다. 또 한국농구연맹은 선수들의 기록도 모두 인정을 하고, MVP와 신인상 등 주요 선수들에 대한 시상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심을 모으는 국내선수 MVP는 허 훈(부산 KT) 김종규(DB) 등이 거론되고 있다. 허 훈은 모두를 압도한 퍼포먼스와 성적, 김종규는 이적 첫 시즌 팀을 공동 1위로 올려놓은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신인상이다. 신인 중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선수가 받는 영광스러운 상.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누가 받아도 이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 애매하다.

신인선수상을 받기 위해서는 출전 가능 경기수의 절반을 뛰어야 자격을 얻는다. 이 자격을 채우는 선수는 DB 김 훈(23경기) 창원 LG 박정현(20경기) 고양 오리온 전성환(17경기) 뿐이다. 그런데 신인상 수상자가 될 수 있다고 하기에 개인 성적이 너무 부족하다. 김 훈이 평균 10분48초를 뛰며 2.7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이 기록이 제일 좋다. 박정현 평균 7분54초 2.2득점 2.0리바운드, 전성환 9분28초 1.4득점 1.8어시스트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기대를 모은 박정현이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그리고 2순위 김경원(안양 KGC)의 부상 이탈과 데뷔 경기 파란을 일으킨 3순위 김진영(서울 삼성)이 일찌감치 한계를 보인 점 등이 아쉬웠다. 출전 시간, 성적, 팀 순위 등을 고려하면 김 훈이 최유력 후보인데 김 훈은 2라운드 5순위로 뽑힌 선수다. 슈터가 없었던 DB 팀 상황이 김 훈을 도왔다.

일각에서는 누가 받든 상의 가치가 있느냐는 얘기를 한다. 세 후보 모두 신인상 수상자라고 하기에 너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 이런 경우에는 신인상 시상 자체를 없애야 하는 강성 의견도 있다.

지난 시즌 변준형(안양 KGC)을 제외하고 최근 몇년 간 신인상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아니었다. 가장 흉작이라고 했던 게 2015~2016 시즌 신인상이 된 정성우(LG)였는데, 그도 37경기 평균 21분21초를 뛰며 평균 4.2득점 2.8어시스트를 기록했었다.

물론, 없는 상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시상 기준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기에 무슨 문제가 되겠냐는 반대 의견도 있다. 평생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을, 여론에 의해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 선수가 느낄 상실감이 너무 크다.

KBL 역시 신인상 시상에 대한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 기자단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투표권을 가진 기자는 정말 줄 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기권도 가능하다. 다만, 일정 수 이상 유효표가 나와야 투표가 성립된다는 조건 등은 없다. 누구든 최다 득표를 하면 신인상 수상자로 결정된다.

이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기량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향후 수년간 리그 판도를 뒤흔들 재목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구단들은 드래프트 시기 문제도 거론한다. 매년 대학 일정을 다 끝내고 11월에 드래프트를 열고, 이 선수들은 개막 후 한참이 지나 팀 전술을 익히고 경기를 뛴다. 시즌 전부터 손발을 맞춰도 신인 선수들이 선배들을 뛰어넘을까 말까인데, 중간에 들어오니 첫 시즌 적응이 결코 쉽지 않다. 지도자도 승부에만 집중해야 하기에, 신인 선수들의 진면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