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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in 방콕] 학범슨의 큰 그림, 그 마지막 점이 호주전에 찍힌다

[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학범슨이 기획한 큰 그림의 방점을 찍을 호주전. 과연 누가 선발로 나설까.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학범 감독은 2020 AFC U-23 챔피언십을 통해 다시 한 번 최고 지략가로서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조별리그 세 경기와 8강전인 요르단전, 이 4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같은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온 적이 없었다. 다음 경기 6~8명의 선수가 바뀌어버리니, 상대팀들이 한국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팀은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건강해진다. 경기에 뛰고 싶은 선수들의 투쟁심이 그라운드에서 ™“구치고 있고, 무더운 태국에서 자연스럽게 체력 관리도 되는 효과가 있다.

이제는 4강전이다. 한국은 22일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결승행을 놓고 다툰다. 이전까지의 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다. 이 경기를 이기면 올림픽 진출, 아니면 3, 4위전행이다. 호주는 한국과 함께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선수들의 힘과 기술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뛰어나다. 한국도 강한 팀이지만,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는 경기다.

이번 대회 김 감독의 용병술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듯 하지만 큰 축이 있다. 첫 번째, 세 번째 경기였던 중국, 우즈베키스탄전 주축 선수가 비슷했다. 그리고 두 번째, 네 번째 이란, 요르단전이 거의 같은 팀이었다. 전자가 오세훈(상주) 엄원상(광주) 등이 나섰다면, 후자는 조규성(안양) 이동준(부산) 등이 축이 됐다.

이렇게 가정해볼 수 있다. 중요한 토너먼트를 생각해, 조별리그는 선수들이 돌아가며 뛰는 구상을 한다. 그런데 첫 번째 경기가 가장 전력이 약한 중국이었다. 분수령은 이란전. 대회 전 주전으로 지목됐던 선수들이 이란전에 더 많이 포함됐던 게 사실이다. 비중을 이란전에 조금 더 둔 것이다.

만약, 우즈베키스탄전에서 8강 진출 여부가 결정됐다면 경기에 뛰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던 여유를 보여줄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강한 전력을 꾸려야 했다. 앞선 두 경기 결과가 좋아 8강행을 확정지었고, 조 1위에 대한 큰 의미가 없으니 8강전을 준비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선수들이 다시 요르단전에 대거 투입됐다.

그렇게 따지면 이란-요르단전에 나온 멤버들이 이번 대표팀에서 구성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전력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공격진에는 이동준(부산)의 페이스가 가장 좋다. 둘다 잘해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조규성이 어린 오세훈에 비해 안정감이 있다. 중원에도 공격, 수비 모두에서 상대 압박이 가능한 원두재(울산) 맹성웅(안양) 등이 중용됐다. 수비도 김진야(서울)-이상민(울산)-정태욱(대구)-이유현(전남) 라인이 가장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로테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돼왔다. 그 속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 "우리 팀은 23명 전원이 주전"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호주전은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져도 3, 4위전이 있으니'라는 생각을 했다가는 큰일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요르단전과 비교해 다시 한 번 라인업을 대폭 수정하는 초강수를 두기란 쉽지 않다. 물론 멤버를 대폭 교체하지 않는다고 해서 김 감독이 잘못하는 건 절대 아니다. 토너먼트를 위해, 조별리그에서 체력을 아낀 것만 해도 엄청난 전력이었고, 큰 결단 속에 이뤄진 작업이었다.

만약, 호주전에 다시 한 번 예상하기 힘든 새로운 라인업이 출격해 이긴다면 김 감독의 이번 대회 용병술은 축구 역사에 남을 히트작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이 모든 선수들을 똑같이 믿는다는 그 말, 순도 100% 진실이었음이 입증된다.

방콕(태국)=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