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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온도차, 대구-조현우 동행 계속될 수 있을까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대구에 무조건 필요한 선수다." "대답을 못드릴 것 같다."

대구FC는 2019년 프로축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죽어가던 축구 인기를 되살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팬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켰던 새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화끈한 경기력으로 전국구 인기팀 반열에 올라서는 기반을 마련했다. 1일 열린 시즌 최종전에서 FC서울과 0대0으로 비기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년 연속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창단 후 처음으로 상위 스플릿에 이름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 중심에는 골키퍼 조현우가 있었다. 국가대표 골키퍼로 그가 후방에서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준 덕에 지난해 FA컵 우승과 올시즌 선전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현우는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을 기점으로 전국민이 사랑하는 축구 선수가 됐다. 세징야와 함께 팬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는다. 흥행에도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대구도 늘 조현우를 간판으로 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시즌이 종료되자마자 대구와 조현우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계약. 조현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대구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대구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조현우의 잔류. 조광래 사장은 1일 서울전을 마친 후 "말이 필요 있나. 무조건 붙잡아야 할 선수다. 조현우가 없는 대구를 생각하면 경기력을 떠나 팬들이 얼마나 마음 아파하시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알쏭달쏭한 답변을 하며 일단은 상황을 피해갔다. 조현우는 서울전 후 "행복했던 올시즌이었다. 새 경기장에 팬들이 많이 찾아주셨다. 대구가 흥행 구단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나 뿐 아니라 선수들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내년에는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 팀에 남는 선수, 그렇지 않을 선수가 있겠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현우는 이어 "골키퍼로서 팬들께 감사하고 항상 죄송했다. 공을 다 막을 수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내년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대한 각오를 얘기하는데, 자신보다는 대구 팀에만 집중해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내년에 대구에서 뛰는 것을 볼 수 있나"라는 직접적인 질문이 나왔고 조현우는 이에 "그에 대한 대답은 못드릴 것 같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선수 입장에서는 새 계약을 앞둔 중요한 시기이기에 신중한 발언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팀을 떠날 가능성에 대비해 조심스러운 인터뷰를 한 게 아니냐고도 추측할 수 있다. 실제 조현우는 이번 시즌 중 숱하게 해외 진출설에 연관됐었다. 팬들도 조현우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했다. 다만, 국내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라면 워낙 상징성이 큰 선수이기에 충격타가 될 수 있다. 일본행도 도전이라는 명분에서는 조금 벗어난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최근 조현우와 몇 차례 계약에 관련된 얘기를 했었다. 당시에는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서울전을 앞두고는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하며 "조현우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구의 기본 방침은 확고하다. 무조건 잔류시키겠다는 것. 하지만 프로 선수는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게 당연하다. 돈 싸움으로 흐르면, 시민 구단 대구가 다른 기업 구단이나 해외 팀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조 사장은 "유럽 진출이 아니라면, 대구에서 착실하게 성장해온 조현우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계속 커나갔으면 좋겠다. 유럽을 간다고 해도, 주전으로 뛰지 못하면 선수 생활이 단축될 것이다. 골키퍼는 경기에 못나가면 금방 감각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대구는 지난해 팀이 최하위권을 맴돌 때도 조현우의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차출을 허락하는 등 대승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도 조현우 효과를 그동안 많이 봐온만큼, 팀을 위해 헌신해온 선수가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과연 대구와 조현우의 동행은 계속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