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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베테랑 인력시장이 된 2차 드래프트. 꼭 나쁘게만 봐야할까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번 2차 드래프트에선 유독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정근우가 2차 드래프트 대상자로 나와 LG로 옮기게 됐다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 구단의 베테랑 주전선수도 풀렸는데 아무 구단도 지명하지 않았다.

이번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긴 18명 중 31세 이상이 7명이나 됐다. 26∼30세가 8명, 25세 이하가 3명이었다. 그나마 30대 이하의 선수들은 2차 드래프트의 취지와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베테랑들의 이적이 더 많은 것은 유망주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자는 본래 목적과는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여러 구단에서 2차 드래프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몇몇은 아예 폐지하자고도 한다.

사실 2차 드래프트의 목적을 왜곡시킨 쪽은 구단들이다. 언젠가 성공할 수도 있는 유망주들을 뺏기지 않으려 최대한 묶어 놓다보니 베테랑들이 시장에 나오게 됐다. 특히 최근 트렌드는 육성이다. 2차 드래프트나 트레이드, FA 보상 선수 등으로 팀을 떠난 유망주가 새 팀에서 금세 주전으로 성장했을 때 비난 부메랑이 상당하다. 그러다보니 베테랑들이 많이 나왔고, 즉시전력감이 필요했던 팀들의 눈에 띄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예전만큼 활약을 못하는 베테랑들을 잡음없이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키고 다른 구단에서 데려가면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유망주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면 팬들도 크게 비난하지 않는다. 데려가지 않더라도 명단이 유출되지만 않으면 큰 분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팀이 최대 4명이 빠지더라도 전력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보호선수 명단을 짜 놓는다. 줘도 괜찮은 선수들만 시장에 나왔으니 데려갈 선수가 마땅치 않다. 그래놓고 뽑을 선수가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소속팀 좋은 선수는 묶어놓고 타구단의 좋은 선수만 데려오려는 이기적인 마음이 작동하다보니 생기는 일이다.

베테랑 인력 시장도 나름의 순기능도 있다. 베테랑들이 기회를 얻게 됐다.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에서 빠졌다는 얘기는 갈수록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꼭 필요하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묶을 수밖에 없다. 소속팀에서 기회가 줄어들바엔 다른 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FA를 데려오는 부담이 크다보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빈자리를 메울 선수를 찾게 됐다. 그래서 이번 FA시장이 2차드래프트에 밀리고 말았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어느정도 성과를 얻게 되면 FA 영입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 자연스레 경쟁이 줄어들고 FA 몸값이 낮아질 수 있다.

FA 등급제가 실행되면 또 2차 드래프트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최근 좋은 유망주들이 많이 입단하고 있어 몇년 뒤에 열릴 2차 드래프트엔 진짜 기회를 못 잡는 선수들이 시장에 쏟아질 지도 모를 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