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비 엘리트 선수 출신이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모든 야구인과 야구팬들이 1군에 올라온 투수에 관심을 쏟고 있다. 바로 LG 트윈스의 한선태(25)다.
지난해 열린 2019 2차지명에서 뜻밖의 일이 생겼다. 마지막 10라운드 지명 때 LG 트윈스가 한선태를 지명하는 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 한선태는 일반인 출신의 지원자였다. 초중고를 다니면서 엘리트 선수로 활동한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야구가 좋아 꾸준히 공을 던졌고, 일본 독립리그와 국내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 등에서 야구를 했었다. 비 엘리트선수 출신이 처음으로 지명된 케이스였다. SK도 10라운드에서 한선태의 지명을 생각했다고 하니 한선태가 가능성 있는 투수이긴 했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야구를 했던 선수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우려가 더 많았다. 2군도 못버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서서히 잊혀져가는 찰나 LG가 그를 1군 무대에 올렸다. LG는 25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한선태를 1군에 콜업했다. 2군 성적이 좋았다. 퓨처스리그에서 19경기에 나가 1패 1세이브 2홀드에 평균자책점은 무려 0.36으로 굉장히 좋았다. 성적으로 봐서는 1군에 올리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LG 류중일 감독은 "2군에서의 평가가 좋았고, 직접 봤을 때도 공에 힘이 있었다"면서 "볼이 빠르고 스트라이크를 잘 던진다. 2군에서 평균자책점이 0점대인데 안올릴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혹시 이벤트성 콜업이 아닐까 했지만 류 감독은 "쓰려고 올린 것이다. 편한 상황에서 올릴 생각이다"라고 했다.
정식 1군 선수로 첫 훈련을 한 한선태는 검게 그을린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환했다.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았을 때만큼 기뻤다"는 한선태는 "1군에 이렇게 빨리 올라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빨라아 9월에 올라오거나 아니면 마무리캠프 정도나 따라갈 것으로 생각했었다"라며 1군에 대한 희망을 품지는 않았다고 했다.
프로 입단 후 밸런스가 좋아져 제구력이 향상된 것이 좋았다. 한선태는 "일본 독립리그에 있을 땐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 남는 선수들 끼리 물어보고 했었다"면서 "여기(LG)에 와서는 숙소에 코치님이 계시니까 항상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라며 배움의 즐거움을 얘기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야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비 때의 움직임이 서투를 수 있다. 오래 경험한 투수들과는 분명 적응력이 다르다. 한선태는 1군 경기를 빼놓지 않고 봤다고 했다. 다음날 코치들이 경기에서 나온 수비에 대한 질문을 한다고 했다. 투수가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를 묻고 답하면서 간접적인 학습이 됐다.
'과연 1군에서 잘던질까', '2군은 몰라도 1군에서 어려울거야'라는 회의적 시선이 있는게 사실. 한선태는 그 편견을 깨야 한다.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 나가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이제 1군에서 최대한 버티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를 2군에서 가르쳤던 가득염 코치는 한선태에게 "긴장하지 말고 2군에서 던지던대로 던지면 통한다. 정면승부하라"고 조언했다.
한선태는 이날 경기에 3-7로 뒤진 8회초에 올라 1이닝을 던졌다. 안타도 맞고 번트를 대려는 타자를 상대로 연속 볼 3개를 던지기도 했고, 타자의 몸에 맞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병살타로 위기를 넘기면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넘기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