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가 낮아도 던져야한다."
보통 투수들은 자신감이 붙기 전까지는 특정 구종을 실전에서 많이 구사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불안감 속에 던지고 그런 공이 제구나 구위가 안좋아 맞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오승환(37)에겐 체인지업이 그런 공이 아닐까.
'돌직구'로 한국 무대를 평정했던 오승환은 직구와 슬라이더 두가지만 던지는 투피치 투수였다. 마무리 투수였고, 워낙 직구가 좋았기에 구종이 다양할 필요가 없었다.
무대를 해외로 옮기면서 오승환은 변화구의 비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투피치 이미지는 여전했다. 커브도 던지고 체인지업도 던졌지만 직구 비율이 60%대, 슬라이더가 30% 정도였다. 그래도 제 3구종이라고 하면 체인지업이었는데 지난해엔 체인지업 비율(7.93%)보다 커브 비율(8,18%)이 조금 더 높아졌다. 그만큼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시즌에도 오승환은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있다. 불펜피칭때 체인지업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첫 불펜 피칭 때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로 던졌다. 주로 좌타자를 상대로 던졌던 체인지업을 올시즌엔 우타자에게도 던질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어느정도 자신감이 올라가고 있는 듯.
오승환은 "체인지업을 던졌을 때 터무니없는 볼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도 "아직 타자를 상대로 던진게 아니라서 좀더 시간이 지난 뒤 판단해야할 것 같다. 나아지려고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체인지업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역시 타자와의 수싸움을 위해서다. 예전 오승환이라면 타자들은 직구와 슬라이더 두 종류만 생각하고 타석에 서면 됐다. 직구 위주이니 직구에 타이밍을 잡고 변화구 중 구속이 빠른 슬라이더도 타이밍에 맞출 수 있었다. 이젠 직구, 슬라이더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던지니 타자들의 생각이 복잡해질 수 있다.
오승환은 "레퍼토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주무기가 아니더라도 던져야한다"면서 "타자가 2가지 구종을 생각하는 것과 3,4가지를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완성도가 낮아도 던져야 하는 것은 타자에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오승환이 상대하는 타자는 메이저리거다. 실투는 어김없이 큰 것으로 연결된다. 계속 연마하고 있는 체인지업이 올해는 오승환을 '철벽'으로 만들어줄 특급 무기가 될수 있을까. 스캇데일(미국 애리조나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