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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할 뻔 했던 올스타전, 아쉬움 남긴 본 경기

선수들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했지만….

팬서비스에 너무 힘을 쏟아서였을까. 경기는 엉망이었다. 올스타 선수들의 다른 노력들이 물거품될 수 있었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막을 내렸다. 농구 인기 도시 창원에서 최초로 개최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2년 전 부산 올스타전 때 호평을 받았던 1박2일 패키지 프로그램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올스타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기차 여행을 하며 추억을 쌓았다.

KBL은 그동안 어떤 행사든 한 번 호평을 받으면 '우려먹기'식으로 그 다음 행사도 비슷하게 반복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 이벤트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부산 올스타전과 비슷한 포맷이지만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경험이 있어서인지 프로그램 진행도 깔끔했고, 미니 운동회 등 선수들과 팬들이 더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추가했다.

선수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1박2일 내내 일정이 매우 타이트했다. 어떻게라도 많은 팬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KBL의 욕심이었는데, 짜증날 법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진심으로 팬들을 대하고 매 시간 최선을 다했다. KBL은 경기 중 마네킹챌린지, 몰래카메라 이벤트 등이 연속으로 히트하자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어떤 깜짝 이벤트를 해야하나 고민했다. 결론은 동시에 같은 춤을 추는 플래시몹이었는데, 이를 위해 19일 일정을 마치고 피곤해하는 선수들을 모아 연습까지 했다. 한 KBL 관계자는 "농구 인기 추락에 대해 선수들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번 올스타전 이벤트는 선수들이 정말 많이 협조해줘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19일부터 시작된 다양한 프로그램. 20일 열린 올스타전 본경기만 잘 마무리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분위기였다. 그동안 재미없다고 지적만 받던 올스타전 본경기였는데, 2년 전 부산 경기를 기점으로 지난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줘 올해도 기대가 컸다. 선수들도 "정말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이게 웬일. 본 경기에서 맥이 다 빠지고 말았다. 경기 시작부터 수비와 백코트는 전혀 하지 않는 플레이, 3점슛 난사 등이 이어졌다. 올스타전 초반은 그러려니 하고 지켜봤지만, 마커스 랜드리(KT)의 3점쇼로 한 번 경기 흐름이 라건아 드림팀으로 넘어가자 분위기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랜드리는 이 경기 3점슛 10개를 성공시키며 한 경기 최다 신기록을 세우고 MVP를 탔는데, 랜드리가 3점슛을 많이 성공시켜 대단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상대가 수비를 치열하게 하는 가운데 라건아 드림팀 선수들이 올스타다운 패스, 패턴 플레이로 찬스를 만들어 랜드리가 10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면 대단한 기록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10개의 3점슛 대부분 수비가 붙지 않는 상황에서 편안하게 던져 성공시켰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이 어떤 감흥을 느꼈을까.

모든 선수들이 그랬던 건 아니다. 몇몇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고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마커스 포스터(DB)가 대표적이었다. 베스트5에 뽑히지 못한 다른 국내 선수들 중 일부도 열심히 뛰어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슛, 돌파 등 고난이도의 멋진 플레이를 시도해보고 싶어도 상대가 막지를 않으니 김이 샐 수밖에 없었다. 막지도 않는데 혼자 농구쇼를 펼칠 수도 없는 노릇. 특히, 올스타 새내기인 후배 선수들 입장에서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지만, 혼자 튀는 행동을 할 수도 없었다.

KBL은 지난해부터 올스타전 승리 수당으로 선수 1명에게 3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패한팀은 100만원. 매우 큰 액수다. 열심히 뛰어달라는 의도다. 하지만 올스타전을 뛰다 다치는 선수가 나오면, 그게 더 치명타가 될 수 있어 더 강력한 주문은 하지 못한다.

결국, 선수들 스스로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농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코트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플레이로 나와야 한다. '피곤한 가운데 다치지 말고 대충 치르자', 'MVP나 이벤트 우승 등 상금이라도 타가자'라는 마음으로 올스타전에 임한다면 팬들은 이를 바로 알아챈다.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화가 난다. 그러면 농구 인기는 더욱 떨어진다. 그럴 바엔 농구 경기는 하지 말고, 팬미팅 이벤트를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이번 올스타전 본경기 최고 히트 상품은 포스터의 한국 노래 따라 부르기였다. 그런 이벤트는 부수적인 것이 돼야 하고, 경기가 주가 돼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