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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에 대한 경각심, 아직 늦출 때가 아니다

이태양의 승부조작 폭로가 남기게 된 것은 무엇일까.

승부조작 혐의로 KBO리그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전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 함께 영구 실격을 당한 전 넥센 히어로즈 문우람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에 나섰는데, 문우람 논란과 별개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다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것이라는 다른 선수들의 실명을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실명 공개 파문을 떠나, 이태양의 폭로로 인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목된 선수들 중 일부는 이미 참고인 조사도 받았었고, 혐의 없음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인해 야구계 안팎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선수들이기도 했고, 이태양 사건 당시 붙잡혔던 불법 토토방 개설자와 승부조작 브로커의 진술 과정에서 이 선수들의 이름이 나왔던 건 팩트이기에 뭔가 찝찝함이 남는 게 사실이다.

이번 이태양 논란으로 확실해진 게 하나 있다. 승부조작은 혐의가 있더라도, 증거로 죄를 묻기 힘들다는 것이다. 승부조작을 한다 해도, 비밀리에 현금이 오가고 대포폰 등으로 연락을 한다. 서로의 연락은 바로 지워버리면 증거가 남지 않는다. 단순히 연락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공모를 했다고 몰아가기 힘들다. 승부조작 공모를 하는 현장을 덮치기도 힘들다.

더 어려운 건 경기 내용으로 승부조작 유죄를 입증하는 문제다. 1회 첫 볼넷을 주는 조작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선수는 내가 제구가 안좋고, 컨디션이 안좋아 볼넷을 준 것이지 승부조작과 전혀 무관하다고 하면 죄를 물을 수가 없다. 단순 경기조작에는 물증이 생길 수 없다.

자백 없이 혐의 입증이 사실상 힘들다. 이는 박현준, 김성현 사건 이후 브로커들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엄청난 신경을 쓴다. 이태양쪽이 NC 구단의 꼬리 자르기를 의심하는 건, 자백을 안한다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걸 구단이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왜 자백을 권유했냐는 것이다.

이태양과 문우람의 영구 실격 이후 승부조작이 아예 사라졌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최근만 봐도 두산 베어스 이영하에게 승부조작 브로커가 접근했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범죄가 없다고 믿을 때 어두운 손들이 선수들에게 마수를 뻗칠지 모른다. 그런 와중에 자백이 없다면 승부조작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선수들의 경각심이 사라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