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만 나오던 '탈 LG 효과'. 농구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나.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탈 LG 효과'라는 얘기만 들으면 치를 떤다. 트레이드, 방출을 통해 LG를 떠난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특급 스타 반열에 오른다. 박병호 서건창(이상 넥센 히어로즈) 이용규(한화 이글스) 김상현(전 KIA 타이거즈, KT 위즈) 박경수(KT) 정의윤(SK 와이번스) 등 이 선수들로만 해도 한 팀을 짤 수 있다. 올해도 트레이드로 SK에 간 강승호가 다른 유니폼을 입자마자 좋은 활약을 펼쳐 LG를 떨게 했다.
그런데 이 효과가 야구 뿐 아니라 프로농구 무대로도 전염되는 분위기다. 최근 개막한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초반 경기에서 창원 LG 세이커스를 떠난 선수들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포워드 라인을 대거 정리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기승호와 배병준을 안양 KGC로 보냈다. 슈터 조상열은 무상으로 부산 KT 소닉붐에 양도했으며, FA 포워드 최승욱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계약했다.
그런데 LG에서는 기회를 잡지 못하던 배병준, 조상열, 최승욱이 새 팀에서 주축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배병준은 지난 시즌 슈터로 활약을 펼쳤던 전성현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수비력까지 감안하면 더 좋은 활약이다. 강력한 수비에 탁월한 3점슛 능력을 발휘 중이다. 지난 시즌 LG에서 단 2경기, 평균 6분34초를 뛰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3경기 전경기에 평균 27분13초를 뛰고 있다. 평균 12득점, 3.3개의 3점슛을 기록했다. 웬만한 고액 FA 슈터보다 좋은 활약이다.
조상열도 클러치 상황에서 터트리는 3점슛이 강렬하다. 이번 시즌 KT가 거둔 2승에는 모두 조상열이 신스틸러급 조연으로 자리했다. 이번 시즌 4경기 평균 출전 시간이 12분4초로 늘었다.
최승욱 역시 4경기 평균 34분4초를 뛰며 주전급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으로 이탈한 허일영이 돌아오면 출전 시간이 줄어들 수 있지만, 시즌 초반 A급 활약을 해주고 있다. 오리온에서 과감한 공격력을 보여주며 추일승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프로 선수는 가진 재능을 떠나 자신들의 능력을 알아봐주는 지도자, 팀을 만나야 기량을 만개시킬 수 있다. 과연, LG를 떠나 피어나고 있는 이들의 농구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