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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쉬운 우승이 있을까. 국감에서 무시당한 야구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야구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에게 한 말이다.

쉬운 우승이라는 게 있을까. 쉽게 우승하면 욕을 먹어야 하는가.

이번 아시안게임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을 때 많은 팬들이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나온 일본과 실업팀 선수들이 섞인 대만을 이기고 금메달 딴 것에 비난을 했었다. LG 오지환, 삼성 박해민 등 군미필 선수들이 포함된 대표팀이 약한 상대로 금메달을 따며 병역 혜택을 받게 된 것에 대한 반감의 의미였다.

한국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벌써 잊었나보다. 한국은 프로선수들이 대거 참여한 대만팀에 패하더니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마저 패하면서 동메달이란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그때도 한국은 군미필 선수들이 포함된 프로선수들이 참가했다. 당시엔 군 미필 선수가 많이 뽑혀야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모두가 쉽게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어느 종목을 봐도 쉬운 우승이란 절대 없다. 100m 세계신기록을 가진 우사인 볼트도 모든 경기에서 우승하지는 않는다.

미국농구는 올림픽에 NBA 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출전시킨다. 매 경기 화려한 볼거리로 승리를 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다. 그 우승을 아무도 폄하하지 않는다. 프로선수들이 기꺼이 나라를 위해 출전해서 뛰어 준 것에 고마워한다.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을 프로선수로 구성하는 것을 비난하는 팬들에게 묻고 싶다. 다른 나라에서 프로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우리도 수준을 맞춰줘야하는가.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에서 한국은 와일드카드 선수가 한명도 없는 일본과 싸웠다. 그렇다면 일본에 와일드카드 선수가 없으니 한국도 손흥민 황의조 등 와일드카드 선수들을 빼고 경기를 했어야 했나. 야구와 축구 모두 한국은 룰에 충실했고 열심히 뛰어 금메달을 따냈다. 그들의 노력은 전혀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

오지환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병역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지환이 병역을 기피하려 했다면, 그리고 선 감독이 청탁을 받고 오지환을 대표팀에 뽑았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해서 죄를 밝히면 된다. 이렇게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국정감사에서 뭔가가 나올까 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손혜원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증거 하나 가져오지 못하고 선 감독에게 호통만 쳤다.

선 감독은 국정감사 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오지환을 뽑은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질문은 선 감독이 기자회견 때 했던 말을 다시 하게 했다. 선 감독이 미리 밝힌 오지환 선발 이유를 뒤집을만한 것을 가져오지 못했다. 지난해 김선빈과 오지환의 성적을 가지고 나와서 누굴 뽑겠냐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도 했다. 국정감사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밖에 들지않게 했다.

손 의원은 "선 감독이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우기면 2020년까지 야구대표팀 감독을 하기 힘들다"라면서 "장관이나 차관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했다. 마치 대표팀 감독을 정치권에서 바꿀 수 있다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발언까지 한 것이다. 전임감독으로서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속에서 살아야하는 선 감독에대해 "일본 전임감독과 비교하면 너무 편한 근무 조건"이라고 야구 감독직에 대해서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국정감사를 했는데 아무것도 밝혀지지도, 해결되지도 못했다. 선수들과 스태프가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노력해 금메달을 땄는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을 뿐이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