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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지키지 못할 김광현 이닝 제한 약속 왜 했나

지키지 못할 약속을 왜 했을까.

SK 와이번스는 김광현에 대한 걱정으로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며 올시즌을 준비했다. 시즌 전부터 염경엽 단장이 "110이닝 이상 못던지게 하겠다"며 이닝 제한을 둬 화제가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식으로, 수술을 받고 돌아온 선수를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이었다. KBO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프런트 야구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20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22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22이닝을 소화했다. 일찌감치 자신들이 얘기한 110이닝 제한은 없었던 얘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예견했던 일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좋은 선수를 쓰지 않을 감독은 없다. 김광현은 리그 최고 선발 자원 중 1명이다. 벌써 10승을 했다. SK가 일찌감치 순위를 확정지었다면 모를까, 2위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선수가 아프거나 힘들다고 하면 모를까, 문제가 없다고 하면 이닝 제한 등의 약속은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선수가 힘들거나 아프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를 쉰 김광현은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또, 진짜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고 해도 선수는 모르게 팔꿈치에 부하가 갈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122이닝을 던진 것에 더해, 앞으로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3~4차례 선발로 더 나가야 한다. 20이닝 정도가 더해질 것이다. 여기에 1경기, 1경기가 결승전이기에 김광현의 팔에는 힘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 염 단장이 말했던 110이닝은 포스트시즌 등판 포함이었다. SK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김광현은 1선발 또는 2선발 역할을 해야하는데, 큰 무대에서는 이를 더 악물고 던져야 한다. 단순 이닝수를 떠나 팔에 더 큰 무리가 갈 수 있다.

힐만 감독은 김광현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늘 원론적으로 "관리를 잘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올시즌 너무 무리해서는 안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와 앞으로 다가올 경기들을 봤을 때 김광현이 무리한 일정표를 받아들 것 같아 걱정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