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슈분석] 독주하던 강백호, 뒤를 돌아보니 김혜성이 있다

홈런 vs 팀 성적+도루 타이틀+수비.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고 한다. 다른 기록들도 가치있고 소중하지만,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기록은 단연 홈런이다. 그렇다고 내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홈런을 쳐도 팀이 이기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더 낫느냐, 이 원초적 물음에 대한 답이 올시즌 프로야구 신인왕 경쟁을 통해 내려질 수 있을 듯 하다. 2018 시즌 KBO리그 신인왕 경쟁은 KT 위즈 강백호의 독주로 보였다. 하지만 11연승의 넥센 히어로즈가 상승세를 타자, 김혜성이라는 선수가 강백호의 경쟁 상대로 거론되고 있다.

KT의 '괴물신인' 강백호는 106경기 타율 2할8푼5리 20홈런 6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동료 멜 로하스 주니어가 워낙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어 그렇지, 강백호도 팀 내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타율은 3위, 홈런은 2위, 타점 3위다. 특히, 홈런의 경우 2개만 더 치면 1994년 LG 트윈스 김재현(현 SPOTV 해설위원)이 세운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방망이로 선배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타자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그런데 넥센 상승세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김혜성의 스탯도 결코 나쁘지 않다. 김혜성은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8리 4홈런 38타점 68득점 27도루를 기록중이다. 팀 2번타자로 득점과 도루 기록을 볼 때 팀 공헌도가 매우 큰 테이블세터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도루의 경우 로저 버나디나(KIA 타이거즈) 이용규(한화 이글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이틀 획득도 꿈이 아니다.

강백호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위에서 언급했던 홈런의 힘. 만약, 강백호가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서 30홈런을 넘겨 1996년 현대 유니콘스 박재홍(현 MBC 스포츠+) 해설위원의 신인 데뷔시즌 최다 기록을 깨버린다며 강력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사실, 김재현 위원의 기록을 경신하는 것만으로도 홈런 기록이 주는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단 1년 차이지만 아무래도 신인왕 투표에서는 순수 신인 선수가 더 많은 점수를 얻기 마련이다. 김혜성은 지난해 입단한 2년차 선수다. 지난해 출전 경기수가 부족해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김혜성이 강백호의 경쟁자도 안된다고 하기에도 무리다. 공격 지표 전 부분 고른 성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수비에 대한 고과가 있다. 김혜성은 넥센의 주전 2루수로 출격중인데, 원래 동산고 시절 유격수 출신으로 내야 수비는 기존 리그 톱 수비수들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예상치 않게 부상으로 빠진 서건창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지난해 동료이자 동기 이정후가 너무 큰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야구 실력만 놓고 보면 김혜성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만약, 도루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KBO리그에서 공식 시상을 하는 타이틀 홀더의 가산점이 생긴다. 또, 넥센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다면 팀 성적 공헌 점수까지 더해야 한다. 강백호의 KT는 처절하게 꼴찌 싸움을 하고 있다.

강백호가 독주를 하다 뒤를 돌아보니 김혜성이라는 경쟁 상대가 많이 따라온 모양새다. 관건은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후 남은 경기에서 두 사람이 어떤 임팩트있는 역할을 해내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신인왕 경쟁, 아직 끝은 아닌 듯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