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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안중열, 뜬공 트라우마 생기면 주전 힘들다

트라우마가 되면 안될텐데….

롯데 자이언츠는 시즌 개막 전부터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영원히 팀과 함께 할 것 같았던 강민호가 FA 자격을 얻고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며, 주전포수 자리가 비었다. 초반 시행착오도 많았다. 나원탁, 나종덕을 번갈아가며 써봤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김사훈도 조금씩 기회를 얻었고, 결국 경험을 쌓으며 기량을 발전시킨 나종덕이 안방 자리를 차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기 개막 후 판도가 바뀌었다. 안중열이 갑자기 나타나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지난 8일 1군에 등록돼 교체 멤버로 활약하다 19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3경기 연속 선발로 마스크를 썼다. 나종덕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주고 있지만, 1할2푼9리의 타율이 너무 뼈아팠다. 그에 반해 안중열은 방망이도 곧잘 휘두르는 모습에 조원우 감독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1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도 쳤다. 2루 송구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실전에서 기대 이상의 송구 능력을 보여주자 쓰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 2014년 KT 위즈 입단 당시부터 포수로서 수비는 어린 선수 치고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바로 뜬공 처리다. 안중열은 21일 SK전에서 2개의 포수 플라이 타구를 놓쳐버렸다. 사실 1회부터 불안했다. 최 정의 파울 플라이 타구를 백네트 근처까지 가서 어렵게 잡았다. 타구를 놓친 것 같았는데, 팔을 쭉 뻗어 공을 잡았다. 이 때까지는 그런가보다 할 수 있었는데, 이어진 2개의 파울 플라이 타구를 놓친 건 심각했다. 2회 한동민의 타구를 못잡아 실책이 기록됐다. 8회에도 2사 만루 위기서 이재원의 파울 타구를 못잡았다. 이재원은 아웃인줄 알고 헬멧을 벗고 더그아웃쪽으로 걸어들어갔는데, 다시 살아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만약, 이재원이 안타를 쳤자면 롯데에는 치명타가 될 뻔 했다.

처음부터 타구 포착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머리 뒤로 넘어가고 사이드로 날아가는 파울 플라이 타구를 포수가 처리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프로 세계에서 어려우니 이해해달라고 하면 말이 안되는 일이다. 쉽게 아웃 카운트를 늘릴 수 있는 상황에 공을 놓쳐버리면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상대에 넘어갈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투수, 나머지 동료들도 힘이 빠진다.

프로 선수라지만 특정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KIA 타이거즈 김선빈이다. 유독 내야 뜬공 처리를 못했다. 물론, 지금은 많은 연습으로 트라우마를 거의 극복해냈는데 '또 놓치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김선빈을 오랜 시간 압박했었다. 롯데에도 지금은 선수단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박진환이 중요한 경기 내야 뜬공 처리에 실패하며, 이후 어렵게 야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안중열도 롯데의 주전 포수로 거듭나려면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어떤 감독도 플라이 타구를 처리하지 못하는 포수를 쓰지 않는다.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연습이 답이다. 그리고 뜬공 쯤이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강인한 멘탈도 필요하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