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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은 망하는데, 선수 몸값은 비정상인 여자농구

팀은 해체되는 마당에 선수 몸값은 비정상적으로 폭등한다?

여자프로농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사실상 마감됐다. 박태은 1명이 미계약 선수로 남았는데, 원소속구단이었던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시장에 나왔는데도 갈 곳이 없으니 구단 제시액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장에서 3명의 주요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국가대표 가드 이경은이 해체를 결정한 구리 KDB생명 위너스를 떠나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자리 잡았고, 고아라가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에서 부천 KEB하나은행으로 이적했다. KEB하나은행 소속이던 염윤아는 청주 KB스타즈로 적을 옮기게 됐다.

이번 소식에서 화제가 됐던 건 선수들의 몸값. 염윤아는 3년 계약 조건에 무려 2억5500만원이라는 거액을 KB스타즈로부터 받게 됐다. 이경은은 2억1000만원, 고아라는 1억9000만원이다.

FA 시장은 상식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많은 곳이지만,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연봉이다. 염윤아는 지난 시즌 평균 8.09득점 4.1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런 평범한 성적을 거둔 선수가 리그 최고 수준 연봉을 받게 됐다. 그동안 꾸준히 보여줬다면 모를까, 이 성적도 자신의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그 전에는 2015~2016 시즌 평균 5.06득점이 최다 득점 기록이었다. 2016~2017 시즌에는 평균 26분47초를 뛰고도 4.34득점에 그쳤다. 2015~2016 시즌부터 마땅한 가드가 없는 팀 사정상 포워드인 염윤아가 포인트가드로 경기를 조율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출전시간과 기록이 늘어났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갑자기 농구에 눈을 뜬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점점 발전하고 있는 건 맞지만 한국나이 32세, 지난해까지 사실상 백업이던 선수에게 이런 거액을 안겨주는 건 분명 비상식적이다. 지난 시즌 평균 14.51득점 5.2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하고 팀의 통합 6연패를 이끌며 MVP까지 수상한 박혜진이 이번 FA 시장에서 3억원에 잔류한 걸 비교하면 더욱 이해가 어렵다.

이경은은 분명 실력있는 선수다. 하지만 '유리몸'이다. 여기저기 부상이 너무 많았다. 지난 시즌에도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 당장 돌아오는 시즌 개막부터 정상적으로 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평균 7.08득점의 고아라도 과연 1억9000만원의 거액을 받을 자격이 있나 의문이 든다. 팬들 사이에서는 실력보다 중요한 순간 보여주는 '에어볼'로 오히려 더 이름이 알려졌다. 동포지션 우리은행 베테랑 임영희는 1억5000만원에 계약 합의했는데 어떤 게 현명한 투자일까.

물론, 준다는 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선수들이 돈을 많이 달라고 떼쓰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을 욕할 필요가 없다. 상상 이상의 몸값 책정으로 시장 질서를 흐트리는 구단들을 탓할 문제다. 결국 선수가 없어서다. 성적은 내고 싶은데, 선수를 키우기는 힘드니 소위 말하는 '현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KB스타즈는 우리은행을 넘어서려면 가드 포지션 공-수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특히, 심성영의 작은 사이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1m77의 염윤아는 달콤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윤미지는 슈터에 가깝고, 김규희는 부상 이후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한지 오래다. 정통 포인트가드 수혈이 시급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전 슈퍼스타인 변연하, 정선민, 전주원 정도의 임팩트를 줄 수 있냐 물으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내가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지만, 실력과 연봉의 괴리가 심하다"고 현실을 냉정히 분석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8000만원에도 못미친다.

여자프로농구는 존폐 위기에 있다. KDB생명이 해체를 결정했고,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연맹도 신선우 총재 구설 등으로 총체적 난국이다. 좋지 못한 경기력에 인기는 점점 더 떨어져가는데, 이렇게 비정상적 선수 계약 소식이 알려지면 팬들은 더욱 등을 돌리게 된다.

사전 접촉 의심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염윤아의 지난 시즌 연봉은 1억1500만원이었다. 그런 선수가 구단의 2억원 제시를 뿌리치고 2억5000만원을 요구하며 시장에 나갔다는 건 분명 믿을 구석이 있었다는 걸로밖에 해석이 안된다. 이경은도 1억5000만원을 마다하고 2억원을 요구했다. 위탁 운영되는 팀 사정에서 자신이 시장에 나가야 다른 선수들이 좋은 계약을 할 수 있다고 포장했지만, 그게 순수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여자프로농구 FA 시장에서 사전 접촉이 파다하는 건 일찍부터 얘기가 돌았지만, 물증이 없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구단들이 서로 제 살 깎어먹기를 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