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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박용택의 외로움은 누가 달래줄까

다 떠나고 이제 홀로 남게 됐다. LG 트윈스 베테랑 박용택의 외로움은 누가 달래줄까.

LG의 광폭 행보. 리빌딩을 주창하고 있는 LG는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 1군에서 활약하던 주축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나게 됐다.

2년 전, 2차드래프트에서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뺀 게 시작이었다. 이후 2016 시즌 '적토마' 이병규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시즌 후 은퇴시켰다. 선수는 현역 연장을 원했지만, 반강제적 은퇴였다.

올해는 더 충격이다. 22일 2차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LG는 정성훈에게 방출 통보를 했다. 그리고 2차드래프트에서 손주인, 이병규(7번), 백창수, 유원상의 타 팀 이적이 결정됐다. LG가 2차드래프트를 통해 데려온 세 선수(이진석, 장시윤, 신민재)는 1군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어린 선수들이다.

이제 1군에서 뛸 만한 LG 야수진 중에는 30대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82년생 정상호가 그나마 1군 풀타임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몸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다. 주전 포수 구도를 봤을 때 유강남에게 더욱 힘이 실릴 내년이다. 85년생 김용의도 있는데, 1루 복귀를 시도 중인 김용의도 주전 확보 여부를 장담하기 힘들다. 양석환, 윤대영 등에게 기회가 더 갈 분위기다. 같은 85년생 임 훈도 리빌딩 여파를 이겨낼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팀이 젊어진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중심을 잡아줄 경험 많은 선수들 없이, 갑작스럽게 젊은 선수들로만 팀이 꾸려진다면 긴 시즌 동안 버텨낼 힘을 갖추기 힘들다.

이제 남은 건, 박용택 뿐이다. LG는 당장 박용택 없이 야구를 하기는 힘들다. 나이를 떠나 박용택만큼 쳐줄 타자가 없다. 아무리 젊음이 좋다고 해도, 박용택까지 쳐낼 수는 없는 현실이다. 그 중심을 홀로 남은 박용택에게 잡아달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도 그런 역할을 해왔고, 내년 시즌까지 LG와의 계약이 남아있다.

하지만 박용택 홀로 이 짐을 떠안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이제 팀 내에서 마음 편하게 터놓고 대화할 동료도 없다. 어린 후배들과 아예 차단된 삶은 사는 건 아니지만, 후배들도 박용택에게 함부로 하기 힘들고 박용택 본인도 괜히 잔소리 하는 껄끄러운 선배가 될까봐 부담스럽다. 오히려 후배들 눈치를 보고 야구해야 할 상황이 돼버렸다.

2002년 입단 후, 줄곧 LG에서만 뛰어온 프랜차이즈 스타. 늘 3000안타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LG에서 뛰며 베테랑 스타들에 유독 냉혹했던 LG를 보며 '나도 결국은 이렇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박용택은 심리적으로 더욱 괴로워진다.

그런 가운데, 류중일 신임 감독은 내심 박용택이 주장 역할을 맡았으면 하는 눈치다. 류 감독의 주장을 보는 기준은 확고하다. 무조건 야수여야 하고, 1군에 풀타임으로 있는 그리고 야구를 잘하는 선수다. 이 기준을 충족시킬 선수는 현재 박용택 뿐이다. 과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박용택이 '아이고, 좋다' 하며 주장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용택은 시즌 내내 개인 SNS에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적어놓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22일 이후에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근데 웬만하지 않다'로 메시지가 변경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