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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믿는 도끼에 발등찍히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도?

믿었던 도끼에 발등찍힌다는 속담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인다. 야구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경기가 별로 없을 정도로 야구 1경기에도 여러 변화가 생긴다. 생각하지 못했던 타자가 극적인 홈런을 치거나 '땜빵' 선발이 호투하는 일이 더러 있다. 잘 던질 것으로 믿었던 투수들이 난타 당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의외의 장면이 좋은 쪽으로만 나온다면야 언제든 환영이다. 그러나 일이 꼭 좋게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 이번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는 2경기만 치렀을 뿐인데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두산으로선 가장 믿는 2명의 선발이 모두 부진했다. 1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2선발 장원준은 올시즌 나란히 14승으로 팀내 다승 1위였다. 지난 2년간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데 둘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니퍼트는 34⅓이닝이라는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이닝 무실점 신기록을 이어갈 정도로 포스트시즌에서 막강한 구위를 뽐냈다. 그가 나오는 날은 두산이 무조건 이긴다는 믿음이 생겼다. 장원준 역시 두산으로 이적한 이후 2015년에 4경기, 지난해 1경기 등 총 5경기에 포스트시즌에 나섰는데 4승을 챙겼다. 승리를 챙기지 못한 1경기에서도 두산은 이겼다. 즉 장원준이 나온 경기엔 모두 승리했다.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의 평균자책점이 2.04에 불과했다.

그러나 둘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완전히 자존심을 구겼다. 니퍼트는 1차전서 스크럭스에게 만루홈런을 맞는 등 5⅓이닝 동안 8안타 6실점(5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2차전에 나온 장원준은 무려 3개의 홈런을 내주며 불안한 피칭을 했다. 5⅓이닝 동안 10안타(3홈런) 6실점(5자책). 다행히 타선의 도움으로 팀이 승리해 패전투수의 위기는 면했지만 항상 안정된 피칭을 하는 장원준의 성적으로 보기엔 분명 떨어졌다. 그가 1경기서 홈런 3개를 허용한 것은 두산 이적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중간이 불안한 두산으로선 선발이 6이닝 이상을 막아줘야 하는데 니퍼트와 장원준이 그러질 못하며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NC는 믿었던 불펜이 배신을 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을 중간 계투로 돌리면서 불펜진을 강화하며 두산과의 일전을 준비했다. 맨쉽이 와일드카드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두번 선발로 나왔지만 5이닝을 버티지 못하다보니 차라리 중간에서 자주 경기에 나오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맨쉽이기에 맨쉽의 불펜 전환이 선수에게도 생소하지는 않았다. 맨쉽이 올시즌 두산전에 한번도 던지지 않아 두산 타자들이 낯설어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맨쉽은 불안했다. 1차전서는 선발 장현식을 구원해 1⅓이닝 동안 2안타 1실점하며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챙겼지만 두산 타자들이 그의 공을 정타로 때려냈다. 수비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렵게 경기가 펼쳐졌을 수도 있었다. 그 불안감이 2차전서 터지고 말았다. 6-4로 앞선 6회말 무사 1,2루서 4번째 투수로 나온 그는 양의지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최주환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맞고 말았다. 전날 승리투수가 됐던 맨쉽이 다음날 바로 패전투수가 됐다.

셋업맨 원종현도 2차전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6회말 1사 1루서 맨쉽에 이어 나온 원종현은 민병헌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더니 박건우에게 좌전 적시타, 김재현에게 스리런홈런을 맞았다. 2점차로 뒤지고 있던 상황이라 원종현이 막아내면서 기회를 엿보려 했던 김경문 감독의 생각이 완전히 틀어져버린 순간이었다.

3차전엔 NC는 에이스인 에릭 해커가 선발등판하고 두산은 마이클 보우덴이 나온다. 둘 다 팀에서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다. 1승1패에서 맞붙는 3차전이기에 이번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경기라 선발로 나오는 둘의 어깨가 무겁다. 믿는 도끼인 둘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일까 아니면 다시한번 더 발등을 찍을까. 불타고 있는 두 팀의 타격을 잠재울지 궁금해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