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결혼 생활 어때요?",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군대 힘들죠?" 누군가를 만나면 들려오는 첫 인사였다. '쇼미더머니6'에 출연하기 전까지의 이야기. 요즘에는 "무대 진짜 좋았어요", "앨범 언제 나와요?", "랩 할 때 멋있어요"라는 말을 듣는단다. '국주 남편', '슬좀비' 등의캐릭터로 예능서 활약하던 슬리피가 본업인 래퍼로 돌아왔다.
확실히 자신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쇼 미 더 머니6' 출연은 부담과 고민이었지만, 극복해야 했다. 예능인이 아닌 래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내린 결단. 우습게 떨어진다면 래퍼로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지만, 슬리피는 결단을 내렸고, 쟁쟁한 실력파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입증하며 보란 듯이 래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예능인'에서 '래퍼'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킨 것만큼 고무적인 것은 자신감 고취였다.
"제가 괜히 자격지심이 있었던 거 같아요. 방송에 출연해서 래퍼들을 만나니까 오히려 저를 인정하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교류가 없었고, 저 혼자 '얘들은 나를 인정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슬리피와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힙합과 블랙뮤직을 향유하는 젊은 이들의 명소. 이곳 마니아들의 눈에도 슬리피는 예능인이 아닌 래퍼였다.
그와 나눈 이야기다.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쇼미6' 끝나고 음악 작업을 했어요. 결과물은 9월 10일에 나올 거에요. '쇼미더머니6' 3차 예선 때 했던 랩을 조금 더 완성시켜서 만든 곡인데, MBC '오빠생각'에도 잠깐 나왔던 곡입니다. 관심 있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쇼미6'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게 되면서 얼굴이 좀 알려진 거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음악적으로는 관심을 안 가져주시는 거 같았어요. 예능을 하면서 멋있는 걸 하기가 어렵잖아요. 음악적으로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음악적으로 주목을 받고싶다는 마음에 '쇼미6'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었었죠."
"떨어지면 벼랑 끝으로 몰릴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우습게 떨어져버리면 앞으로 음악 하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죠. 하지만 극단적으로 여기밖에 없었어요. 제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음악할 때는 멋있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무대가 '쇼미' 뿐이었죠. 띠 동갑 이상 어린 친구들도 많았어요. 많아야 스물 일곱 여섯 이런데...그래도 음악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고 용기를 내서 한 거죠."
-결과는 만족스러운가요.
"'쇼미' 방송을 마치고 나서는 잘했다는 생각이 정말 컸어요. 작년에도 나올걸 그랬어요. 다이나믹듀오 형들이 나를 좋아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4차를 통과했다면 나를 뽑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았어요. 그 뒤로 2주 있다가 'N분의 1'이 1위를 하고 며칠 잠을 못 잤죠.하하"
-'쇼미'를 통해 래퍼로도 인정 받은 느낌일 거 같아요.
"제가 괜히 자격지심이 있었던 거 같아요. 방송에 출연해서 래퍼들을 만나니까 오히려 저를 인정하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교류가 없었고, 저 혼자 '얘들은 나를 인정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방송에서도 래퍼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예선 2차(불구덩이 미션)은 강당 같은 곳에서 모든 래퍼들이 평가 받는 모습을 지켜봐요. 제 무대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래퍼들이 기립 박수를 쳐주더라고요.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얻었고, 힘이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 후배 래퍼들과 경쟁하고, 후배들에게 평가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곤란하지는 않았나요
"아니요.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신곡 작업을 할 때도 '어린 친구들이 봤을 때 뭘 하면 좋겠냐'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어요. 교류가 많이 없었는데,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친분이 생겨서 좋아요. 오히려 동생들에게 디렉도 봐달라고 하고..후배들에게 자존심 이런 거는 다 내려놨어요."
"전에는 랩할 때 누구도 내 랩에 터치를 못하게 했거든요. 저의 마음대로 다 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어린 친구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노력해요."
- '쇼미'에 출연하면서 예능 이미지가 조금은 없어진 거 같기도 해요
" 진짜 잘 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힙합적인 이미지, 랩 실력을 인정받고 그런 것보다는 나에 대한 자신감을 찾은 것이 가장 좋아요. 또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도요, 그동안 어디 가면 '슬좀비', '국주 남편' 이렇게 불러주셨는데, 이제는 래퍼로 봐주세요. 첫 마디가 '쇼미 잘 봤어요. 무대 좋았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거든요. 그리고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것도 좋고요.
- 오히려 '예능인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신적은 없나요?
"현실적으로 돈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어요. 제가 음악으로 까먹은 것이 너무 많아서 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지가 않거든요. 그래도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아직까지는요."
-예능 출연에 대한 부담이나 부작용 같은 것을 느낀 적도 있나요?
"옛날에는 가끔 창피할 때도 있었고,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어요. 어떨 때는 PD분들이나 작가분들이 재미없다고 얘기하고 그래서 '이걸 왜 해야 되지' 생각도 들었을 때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재미있어요. 나름의 자부심도 있고, 의외로 방송 출연을 부러워하는 래퍼들도 있더라고요. 방송을 꾸준히 하다 보니까 요즘 어딜 가도 다 아는 사람들이고 환경이 편해진 거 같아요."
- '우리 결혼했어요' 하면서 친근함이 더 생긴 거 같은데
"맞아요. 팬층이 엄청 늘었고 SNS 팔로워도 많이 늘었어요. 전에는 그런 팬들이 없었는데, 저에게 찾아와주고, 생일이나 이럴 때 20명 가까이 직접 오셔서 축하도 해주시더라고요. 팬 레터도 받아보고..정말 감사했어요."
"사실 '우결' 출연 전에는 이미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멋진 래퍼의 이미지를 갖고 싶은 마음인데...가상 결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는데 막상 찍고 얻은 게 많았죠."
- 내가 젊었을 때 '쇼미'가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은 없나요?
"왜 없겠어요. 어렸을 당시에는 랩에 대한 자신감 컸고, 열정이 불타고 겁이 없던 시기라 저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요즘 딘 지코 이런 친구들 보면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거기까지 올라가서 돈과 명예도 얻고 부러운 면이 있죠. 제가 데뷔했었을 당시에는 제작사의 콘트롤 안에서 색깔이 정해지거나 아티스트들의 개성이 제한당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았던 거 같아요."
- 언터쳐블 활동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언터쳐블로 작업을 해서 대표 님께 올리고 했는데, 오래 쉬었기 때문에 되게 마음에 드는 곡을 하고 싶어 하세요. 진짜 대박 곡 아니면 조심스러워 하시더라고요. 일단은 제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 앨범이나오는 건가요?
"9월 10일에 싱글 앨범이 나오고, 내년 초에는 첫 솔로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곡은 받아놨고, 색깔도 잡아놨어요. 다섯 곡 정도 모아놨는데,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논의 중인 상황이고요."
- 예능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가는지요.
"지금은 상민이 형이랑 MBC '섹션 TV'에서 아이돌들과 함께하는 코너를 꾸미고 있어요. 얼마 전에 '안녕하세요'도 녹화했고요. 라디오도 고정으로 하고 있고, 불러주시면 달려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미우새'에도 이상민씨와 함께 나오던데..
"상민이 형이랑 방송이 제일 많이 겹쳤던 거 같아요. 둘 다 힘들었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하하. '음악의 신' 때도 같이 했었죠."
- 브로스2기 앨범 안 나오나요?
"지금 나오면 대박일 거 같아요. 행주랑 리듬파워 친구들, 딘딘도 브로스 2기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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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