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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꿈의 엘롯기 가을야구, LG-롯데 PS 진출 조건은?

이번에는 꿈이 이뤄질까. 아니면 또 추락하는 팀이 생길까.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2017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순위싸움이 흥미롭다. 선두 KIA 타이거즈의 1위 수성 여부도 관심이지만, 현 시점 가장 뜨거운 곳은 중위권이다. 4, 5위를 놓고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4개 팀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아직 어느 팀이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경쟁팀 감독들은 "9월 마지막이 돼야 결판이 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시즌 막판 관전 포인트는 하나 더 있다. '엘롯기'의 동반 가을 야구다. 지금까지 전국구 인기팀인 LG, 롯데, KIA가 함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다. 지난 1995년 롯데가 정규시즌 2위, LG가 3위, 해태(KIA 전신)가 4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3위와 4위의 승차가 3경기 이상 나면 준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롯데와 LG만 가을야구를 했다. 인기는 늘 꾸준했지만, 야구 실력은 왔다갔다한 3개팀. 어느 한 팀이 잘 나갈 땐, 나머지 팀이 부진했다. 지난 20여년간 그래왔다.

그런데 최근 롯데가 상승세를 타면서, 사상 첫 동반 가을야구 꿈이 무르익고 있다. 21일 현재 순위로 시즌이 끝나면, LG와 롯데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KIA는 사실상 가을야구가 확정이다. 1위 여부가 중요하다. 이 꿈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LG와 롯데가 끝까지 버텨야 한다.

▶LG=로니만 터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LG 마운드는 나쁘지 않다. 일단 선발진은 데이비드 허프가 복귀해 전력이 크게 상승했다. 차우찬도 꾸준하고, 헨리 소사도 마음 먹고 던지면 공이 좋다. 특히 허프의 가세가 반갑다. 허프의 존재는 LG가 긴 연패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불펜도 기복이 있지만, 유원상이 좋은 모습으로 합류했고, 임정우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타격이다. 최근 LG는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선 때문에 답답한 경기를 했다. 거의 집단 슬럼프 수준이다. 양상문 감독은 "전체적으로 타자들 컨디션이 내려가 걱정이다"고 했다.

그나마 지난주 2승을 거둔 건 제임스 로니 덕분이다. 16일 kt 위즈전에선 연장 끝내기 결승타를 때렸고, 1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7회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를 쳤다.

한쪽에선 "로니가 상승세를 타면 LG 방망이 문제도 해결된다"고 하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 일단, 로니가 아직 상대에게 큰 위압감을 주지는 못한다. kt전 끝내기 안타는 만루에 풀카운트에서 상대 투수가 정직한 공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 2루타는 빗맞은 타구였다.

아직 한국야구 적응이 안된 로니를 탓할 수 없다. 결국, 다른 타자들도 함께 올라와야 한다. 최근 잘해주던 4번 양석환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19일 삼성전을 보면, 매 타석 바깥쪽 공과 변화구에 엉덩이가 빠져 타격을 했다. 맞혀야 한다는 중압감이 커 보였다. 1번 타순에서 분전하던 박용택도 살아나야 힘을 낼 수 있다. 이천웅, 이형종, 채은성 등 양 감독이 믿고, 기회를 주는 선수들도 분발해야 한다. 투수들이 아무리 잘던져도 점수를 못내면 지는 게 야구다. LG는 타선 사이클이 한 번만 올라와주면 가장 유리하게 남은 시즌을 풀어갈 수 있다.

▶롯데=선발이 버티면 가을야구 한다

롯데 뒷심이 무섭다. 최근 10경기서 7승을 거뒀다. 후반기 승리 대부분이 역전승이다. 롯데 선수들은 요즘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야수들의 집중력이 남달라 보인다. 모든 감독들이 부러워하는 타선을 갖추고 있다. 이대호-손아섭-전준우-강민호 등 주축 타자들의 무게감이 대단하다. 최근에는 문규현-앤디 번즈-신본기 등 하위 타선 타자들도 무섭게 방망이를 돌린다. 불안했던 수비도 안정감을 찾았다.

불펜은 손승락의 각성이 눈에 띈다. 60억원을 받은 선수이기에, 책임감을 갖고 공을 던지는 게 당연하지만 최근 손승락은 몸값을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성적보다 팀을 위해 희생하려 하고, 마운드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쏟아내고 있다. 손승락이 중심을 잡아주자, 다른 불펜 투수들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롯데의 마지막 숙제는 선발이다. 브룩스 레일리가 눈부신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게 다행이다. 최근 10경기에서 2승을 거둔 박세웅은 타선이 도와주지 못한 점도 있지만, 확실히 시즌 초반보다 힘이 떨어진 상태다. 조쉬 린드블럼도 상승세다. 그러나 아직 100% 컨디션인지 더 지켜봐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4, 5 선발이다. 송승준과 김원중이 선발로 나서고 있는데, 두 선수가 거둬주는 1승은 매우 큰 가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선발 투수들이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주면, 공격력과 최근 분위기를 봤을 때 충분히 가을야구를 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두 팀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경쟁팀들과 맞대결이다. 특히 2연전에서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LG와 롯데는 24~25일 부산에서 맞붙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