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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낼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 힐만의 야구는?

"점수를 낼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 내 스타일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부임해 시범경기를 치르며 한국야구 적응을 하고 있는 트레이 힐만 감독. 낯선 땅에서의 생활, 모든 게 새롭다.

그래도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색깔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깨게 만드는 스퀴즈 작전 등 그를 전형적 미국인 감독으로 보면 곤란하다. 힐만 감독은 "2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나온 정진기 스퀴즈는 작전이었나"라는 질문에 "작전을 냈다"고 답했다. 정진기는 양팀이 3-3으로 맞서던 3회말 1사 3루 상황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스퀴즈를 성공시켰다.

힐만 감독은 "SK의 문제를 진단하니 3루 주자를 홈으로 못불러들이는 게 심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이면 뭐든지 하는 게 맞다. 내 스타일을 고집하면 안된다. 감독은 팀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다. 다양하게 점수낼 수 있는 법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스퀴즈같은 스몰볼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 시절부터 구사한 게 아니냐고 묻자 "아메리칸리그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셔널리그에서는 번트를 대는 일이 많았다.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일할 때도 스퀴즈를 시도한 적이 몇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23일 LG 트윈스전에서도 7회말 1-2에서 2-2 동점을 만들자 무사 2루 상황서 5번 박정권이 희생번트를 댔다. 박정권의 무게감과 스타일 등을 봤을 때 무사 2루 희생번트는 색다른 느낌을 줬다. 그리고 김동엽의 희생플라이로 역전 점수를 만들었다. 깔끔한 야구였다.

그렇다면 시범경기를 치르며 몸으로 체득한 한국야구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힐만 감독은 "한국에 오기 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정보도 중요하지만, 지금 실제로 체험하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나는 아직 더 배워가야 한다. 코치들에게 많은 것을 묻고 있다. 상대 팀 선수 특성 등을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 마음으로 한국 야구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덕아웃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올 때마다 힘차게 이름을 외치며 파이팅을 불어넣어줬다. 하루 전 마무리로 확정지은 박희수를 만나서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용기를 북돋았다.

코치들에게도 많은 권한을 준다. 시범경기에서 SK의 파격적인 시프트가 화제인데, 이 시프트는 힐만 감독이 일일이 정하는 게 아니다. 박계원 수비코치에게 큰 틀만 잡아주고,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시행해보라고 격려한다. 박 코치는 "시프트를 걸었다 실패를 하면 코치나 선수들 입장에서 난처해질 수 있는데, 감독님은 결과와 관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해보라고 해주신다. 덕분에 수비 시프트에 대한 공부를 더욱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SK 수비에서 상대 타자에 따라 이색적인 맞춤형 시프트가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감독직을 수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힐만 감독. 이제 한국까지 왔다. 과연, 한-미-일 야구를 모두 섭렵하게 된 힐만의 야구 색깔은 무슨 색일까. 이제 그의 진짜 야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