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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이냐, 오세근이냐' MVP 집안싸움 집중분석

이제 남은 건 집안싸움이다. 누구 1명의 손을 들어주기 애매한 상황이라 난감하다.

2016~2017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안양 KGC의 우승으로 끝을 맺게 됐다. 키퍼 사익스-이정현-양희종-오세근-데이비드 사이먼 전포지션 최고의 선수들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다.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3위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리그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KGC가 앞섰다.

특히, 우승 확정까지 치른 52경기 전경기를 뛰어전 사익스-이정현-오세근-사이먼의 투혼이 대단했다. 그리고 그 중 토종 선수로 팀을 이끈 두 동갑내기 콤비 이정현과 오세근의 정규리그 MVP 경쟁이 남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사람의 우열을 도저히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활약이 좋았다는 점. 누가 MVP가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왜 MVP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인지 분석해봤다. 여러분이라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정현-토종 득점 1위와 패턴의 중심

굳이 두 사람의 활약을 라운드별로 나누자면 초반 1, 2, 3라운드는 이정현, 후반 4, 5, 6라운드는 오세근의 활약이 더욱 도드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정현은 52경기 평균 15.4득점 3.0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은 토종 선수 전체 1위다. 농구의 꽃은 득점.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정현의 강점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곽 슈터로서의 정확한 슈팅은 기본. 여기에 탁월한 신체를 바탕으로 동포지션 선수들과의 골밑 1대1 대결까지 할 수 있다. 퍼스트 스텝을 이용한 돌파 능력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 수비수가 막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이정현의 경우,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있다. 바로 KGC 공격 패턴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KGC 농구를 잘 보면, 공격의 70% 이상이 이정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정현이 톱이나 45도 외곽에서 공을 잡으면 나머지 동료들이 스크린을 걸고, 다른 움직임으로 파생될 찬스를 찾는다. 이정현은 여기서 자신이 득점을 할 때는 해주고, 동료를 살릴 때는 살리는 역할을 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엄청난 체력 소모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았다. 이정현의 공격을 득점 수치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이번 정규리그 KGC 승리의 가장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든 사람도 이정현이었다. 에이스로서의 숙명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오세근-토종 리바운드 1위와 외국인 선수들과의 혈투

모든 농구 감독들에게 동등한 능력치의 각 포지션 선수 중 1명을 고르라면 무조건 센터를 고를 것이다. 그만큼 좋은 센터 1명이 있으면 농구는 쉬워진다. 오세근이 이를 증명했다.

오세근은 52경기 평균 14.1득점 8.4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은 이정현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센터답게 리바운드 기록이 압도적이다. 외국인 센터들을 제외한 토종 리바운드 1위 기록이다.

오세근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신인 시절 보여줬던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영리하다. 자신의 농구 지능과, 타고난 힘으로 새로운 농구 스타일을 찾아냈다. 골밑 플레이 뿐 아니라 미드레인지 점퍼를 바탕으로 활동 반경을 더욱 넓혔다.

오세근은 감독들이 인정하는 코트에서 가장 똑똑한 선수다. 예를 들어, 지역방어를 사용하면 오세근에게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고 한다. 자신이 어떻게 도움 수비를 가야하고,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나머지 동료들의 움직임이 편해진다. 일반팬들이 쉽게 알아챌 수 없는 공헌도다.

또, 오세근은 골밑에서 토종 빅맨 뿐 아니라 '야수'같이 달려드는 외국인 선수들과의 싸움도 견뎌냈다. 파울 사용으로 그들을 괴롭히는 역할이 아니라, 대등하게 맞서거나 오히려 우월한 경기력을 보여 팀 승리를 이끌었다. KGC 김승기 감독은 "우리가 삼성에 약하다고 하지만, 오세근이 풀타임으로 마이클 크레익을 상대한다고 하면 절대 불리할 게 없다"고 말한다. 이 점도 분명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김승기 감독의 생각은?

김 감독은 MVP 문제에 대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두 사람은 아픈 손가락이 아닌 아픈 양 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총 투표수가 99표라고 한다면 45대44로 한 선수가 이겼으면 좋겠다. 그게 지금 내가 유일하게 바랄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두 사람의 공헌도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오세근이 스크린을 걸어주고 리바운드를 잡아주며 이정현의 외곽 플레이를 살렸다. 이게 리그 초반 잘됐다. 우리가 치고나갈 수 있었던 힘"이라고 말하며 "이정현이 집중 견제를 받고 힘들 때 욕심을 버렸다. 오세근을 찾아줬다. 리그 후반 오세근의 활약에 우리의 우승 기반이 다져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로가 없었다면 두 사람 개인의 좋은 성적, 그리고 우리 팀의 좋은 성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