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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해서 걱정이다' 돌풍 kt의 행복한 고민

"투수들을 2군 경기에 보내야 할 것 같다." "좀 져보기도 해야하는데…."

kt 위즈 김진욱 감독과 코치들의 입에서 계속 나오는 얘기다. kt는 시범경기 개막 후 5연승(1무 포함)을 질주하고 있다. 2년 연속 꼴찌팀이 아무리 시범경기지만 막강한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기분 좋을 일이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kt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승리만 쌓아서가 아니다. 경기 내용이 좋다. 선발들이 나갔다 하면 호투한다. 그리고 타선은 뻥뻥 터진다. 18일 한화 이글스와의 0대0 무승부 경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5경기 모두 상대를 압도하며 거둔 승리다. 한화전 무승부는 승리보다 김 감독을 더 기쁘게 했다. 타선이 초반 상대 선발 알렉시 오간도에 7삼진을 빼았기며 끌려갔다. 상대에 경기 흐름이 넘어가야 하는데, 선수들이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져 무승부를 만들더란다. 김 감독은 "참 의미가 있는 무승부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은 그 한화전을 앞두고 "계속 이기기만 하면 안된다. 깨져보기도 해야한다"고 말했었다. 시범경기는 승패보다, 경기 과정에서 잘되는 점과 안되는 점을 보며 정규시즌 준비를 하는 데 큰 목적이 있다. 안되는 부분이 발견돼야 보완 대책을 세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특별히 지적할 사안이 없다. 베테랑 선수부터 신인까지 화끈한 플레이를 선보인다. 18일 한화전에서는 고졸 신인 외야수 홍현빈의 결정적 외야 보살과, 3루수로 변신한 김사연의 영리한 협살 더블플레이에 무승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김 감독도, 김용국 수비코치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잘하고 이겨서 좋긴 한데, 참 난감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투수 운용도 문제다. 선발들이 정해진 투구수를 던지기는 해야하는데, 너무 잘 던져 이닝 소화가 확실하니 불펜 투수들의 등판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 14일 삼성 라이온즈전 돈 로치 5이닝-15일 삼성전 정대현 5이닝-16일 KIA 타이거즈전 라이언 피어밴드 4이닝-17일 KIA전 주 권 5이닝-18일 한화전 고영표 5이닝-19일 한화전 로치 6이닝을 소화했다. 김 감독은 "정명원, 가득염 투수코치의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다. 불펜 선수들도 등판 기회를 줘야하는데 잘던지고 있는 선발을 개수도 채우기 전에 먼저 뺄 수 없으니 골치가 아픈 일이다. 지금 상태라면 불펜 투수들을 나누어 2군 경기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불펜 투수들이 6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인당 2경기 정도씩밖에 던지지 못했고, 경기에 나가서도 던지는 이닝이 짧았다.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다. 시범경기라도 전패하고, 얻어터지는 것보다 이기고 잘하는 선수들을 보니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흐뭇하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승패에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 kt에는 중요하다. 2년 연속 꼴찌를 했다. 선수들이 이렇게 이기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선수단 운용은 코칭스태프가 노력하겠다. 선수들은 지금같이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시범경기 선전에 정규시즌 '대박'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칭찬이 많다. 하지만 프런트는 "작년에도 시범경기 2위를 했기에 아직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조심스러워 한다.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웃음꽃이 넘친다. kt는 정규시즌 5연승 기록이 창단 후 최다 기록인데, 21일 LG 트윈스전을 승리하면 시범경기지만 6연승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