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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현지화無' 방탄소년단, 오직 콘텐츠로 일군 '빌보드' 기적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서 K팝 새 역사를 썼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의 메인차트인 '빌보드200'에 앨범 네 장째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스페셜 앨범 '윙스(WINGS) 외전:유 네버 워크 어론'은 22일(미국 시각) 발표된 3월 4일자 '빌보드200' 61위에 올랐다. 2015년 11월 발표한 '화양연화 pt.2'로 171위, 지난해 5월 발표한 '화양연화 Young Forever'로 107위, 같은해 10월 발표한 '윙스'로 26위에 오른 바 있다. 여기에 앨범 한 장을 더 추가하며 자신들의 기록을 스스로 경신한 셈이다.

앨범 판매량은 팬덤의 규모를 알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수치인 만큼 방탄소년단은 전세계 막강한 팬덤을 가늠하게 했다. 하지만 멤버들이 올해 목표로 꼽았던 '핫100' 차트 진입에는 이번에 실패했다. '봄날'은 '버블링 언더 핫 100' 15위에 올랐다. '버블링 언더 핫100'은 100위안에 아쉽게 진입하지 못한 25위까지의 순위를 나타낸 차트다.

방탄소년단의 4연속 '빌보드200' 진입 기록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미 케이팝 신드롬은 한 차례 전세계에 퍼졌지만 분명 한계점은 노출된 상황이었다. 장르 문화로만 인식되던 케이팝이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는 여전히 지배적이다. 현재 케이팝은 트렌디한 팝 음악에 춤추고 노래하는 장르란 인식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영상, 무대 등 다양한 콘텐츠로 빚어낸 차트 신기록은 케이팝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단 평가다. 탄탄한 콘텐츠에 유튜브 입소문을 통한 글로벌 팬덤의 화력에 더해진 결과다.

그간 많은 가수들이 미국 현지에 머물며 빌보드 벽을 두드렸지만 방탄소년단은 프로모션 없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지구 반대편의 팬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탄탄하게 구성된 콘텐츠였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한 입소문의 힘은 거대했다. 기존 케이팝 가수들과 접근법 자체가 달랐고 유튜브를 통해 관심은 전세계로 뻗었다.

한국어로만 구성된 앨범이 히트친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을 이끈 싸이가 음악과 춤 만으로 언어의 장벽을 허문 결과였다면, 이번 경우는 다르다. 발표하는 시리즈 앨범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뮤직비디오에는 각각 메시지를 담았다. 그리고 '청춘'과 '성장'을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을 풀어내며 팬들에 해석의 여지를 줬다. 무엇보다 음악과 콘텐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소통을 이끄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트렌디한 음악과 더불어, 데뷔 때부터의 SNS소통,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에 대한 공감이 일군 결과였다.

동서양의 문화가 다른데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주된 정서는 비판의식에서 비롯됐다. 특히 젊은이들의 성장과 청춘, 그리고 비뚤어진 것에 대한 비판의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 2013년 데뷔해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등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연작 앨범을 선보였던 방탄소년단은 '청춘의 아픔'을 차례로 풀어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방탄소년단이 서구 팬들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학교, 청춘 등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콘셉트 앨범은 또래 팬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아이돌 콘텐츠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결과적으로 데뷔 초기부터 꾸준히 SNS로 소통했고 전세계 음악 트렌드를 발빠르게 캐치해 접근한 점은 주효했다. 앨범마다 열린 해석의 힌트를 심어둔 기획력의 승리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무대는 이제 국내만이 아니다. 전 세계 대중음악의 인기척도인 미국 빌보드 차트에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영국의 메인차트도 결국 뚫었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브라질, 캐나다, 핀란드, 홍콩, 뉴질랜드, 싱가포르, 노르웨이, 대만 등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나라는 무려 23곳에 달한다. '케이팝 열풍'이란 진부한 수식어로는 이해가 쉽지 않은 방탄소년단이 거침없는 행보를 걷고 있다.

hero1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