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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히든스토리] 선동열을 전력질주하게 한 호시노의 작은 손짓

"빨리 오라고 하시니까 무조건 뛰어야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습경기가 열린 19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스타디움. 요미우리의 경기 전 훈련이 끝나고 대표팀의 훈련이 시작됐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외야에서 투수들의 러닝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3루쪽 대표팀 덕아웃에 낯익은 신사 1명이 등장했다. 그리고서는 계속 외야를 응시하며 누군가를 찾는 모습.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었다. 주니치 드래곤즈-한신 타이거즈-라쿠텐 골드이글스 감독직을 역임한 일본프로야구 전설 사령탑 중 1명. 선 코치와 깊은 인연이 있다. 선 코치가 96년부터 99년까지 주니치에서 '나고야의 태양' 닉네임을 얻으며 활약할 때 감독이 바로 호시노 감독이었다. 대쪽같은 모습으로 선수들을 벌벌 떨게 했던 일화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었다.

그 호시노 감독이 선 코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호시노 감독은 현재 감독직에서 은퇴한 후 라쿠텐 구단 부회장직을 맡고있다. 오키나와 라쿠텐 전지훈련을 지켜보고 도쿄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가던 중 애제자를 응원하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

그런데 외야에 있던 선 코치는 호시노 감독이 온 지 모르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호시노 감독을 기다리게 했다. 뒤늦게 선 코치에게 호시노 감독 방문 소식이 전해졌고, 선 코치는 멀리서 손을 흔들며 덕아웃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호시노 감독이 빨리 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이 때부터 선 코치의 전력질주가 시작됐다. 현역 시절 경기 중에도 자주 볼 수 없었던 전력질주였다.

선 코치는 호시노 감독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스미마셍(죄송합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이어 반갑게 안부를 주고 받았다. 선 코치는 "아직도 호시노 감독이 무섭나"라고 묻자 "빨리 오라고 하셨으니 무조건 뛰어야 한다"며 웃었다. 선 코치는 이어 "도쿄에 오면 보자고 하셨다. 공항에 가시는 길에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