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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여대생 선수들 만난 박용택 교수님은 과연?

"공 놓치면 어때. 항상 재밌게 야구를 해야해!"

28일 잠실구장 내 LG 트윈스 실내연습장. 유니폼 차림의 여대생 9명과 꽃미남 삼촌 야구 선수가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스포츠조선과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함께 하는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젝트. 17번째 주인공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이었다.

박용택은 어떻게 보면 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선생님이다. 야구 이론 연구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성실함의 대명사. 프로야구 역대 6번째로 개인 통산 2000안타 대기록을 달성한 타자다. 여기에 친절한 젠틀맨 이미지는 보너스다. 이런 특급 스타에게 야구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다. 이 행운을 얻은 주인공은 이화여대 야구동아리 '플레이걸스' 선수들이다. 미모의 여대생 9명이 박용택과의 만남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사실 처음에는 어색한 공기가 생성되기 마련. 수줍은 여대생 선수들은 TV에서만 보던 스타 선수가 눈앞에 나타나자 어쩔줄을 몰라했다. 박용택도 엘리트 선수가 아닌 대학 동아리, 그것도 여자 선수들을 두고 무엇을 가르쳐줘야 할까 고민했다.

박용택이 먼저 다가섰다. 일단 인사부터 시작. 편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삼촌뻘 되는 박용택이 선수들에게 편하게 말을 하기로 했다. "20대는 몸 안풀어도 돼. 나만 풀어야지"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플레이걸스의 워밍업 루틴에 따라 함게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도 했다. 주장 선수가 "머리 스트레칭"이라고 외치자 "머리카락 잡아 당기면 돼?"라는 '아재 개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교육. '용암택', '메트로박' 등 수많은 별명을 갖고있는 박용택은 이날 또 하나의 별명을 추가했다. 바로 '교수택'. 야구 얘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에게 진지한 설명을 쉼 없이 쏟아냈다. 아마추어 여대생들이 야구를 즐기는 데 꼭 필요한 캐치볼, 타격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을 했다. 더운 실내연습장 환경임에도, 땀을 뚝뚝 흘리며 선수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일이든 소홀히 하는 법 없이 최선을 다하는 박용택의 모습을 지켜보던 LG 관계자는 "역시 박용택 답다"며 엄지를 치켜세었다.

계획에 없던 특별 이벤트도 직접 마련해줬다. 박용택은 한 선수가 "티배팅은 자신이 있는데 날아오는 공을 맞히는 게 어렵다"고 하자 "그렇다면 어떤 공도 무섭지 않을 훈련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선수들이 사용하는 피칭 머신을 직접 가동했다. 100km가 넘는 구속의 공이 날아왔고, 선수들이 이 공을 바로 앞에서 체험하게 했다. 용기있는 선수들이 직접 때려보겠다고 하자 흔쾌히 OK 사인을 냈다. 처음에는 헛스윙을 하다, 빠른공을 때려내는 선수들이 나오자 선생님 박용택은 흐뭇한 듯 박수를 보냈다.

야구 선수로서의 기본도 강조했다. 박용택은 다음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이동시간에 "잡담하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이자"라고 독려하고, 한 선수가 배팅 훈련에서 웃으며 타격을 하자 "그런 마음 가짐으로 때리면 어떤 공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모든 교육이 마무리 된 후에는 "스태프분들께서 공을 치워주실 수도 있지만, 자신들이 훈련한 공은 직접 치우는 게 맞다"며 선수들과 함께 공을 바구니에 담기도 했다.

박용택은 약속한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사인공 선물은 기본. 선수 한명, 한명에게 직접 이름을 물으며 친절하게 사인을 했다. 박용택은 헤어지기 전 "사실 여대생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더 잘 치고, 더 잘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은 야구를 즐겨야 한다. 공 놓쳐도 된다. 항상 재밌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나도 직업으로 야구를 하지만, 만약 재미가 없어 즐기지 못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최유은씨(25)는 "박용택 선수에게 직접 야구를 배워 가문의 영광이다. 내 생에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기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도 단순히 잘 치고, 잘 던지려고만 했었는데 가장 중요한 캐치볼부터 완벽하게 연습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새 학기를 맞이할 선수들은 "오늘 추억으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박용택 선수를 응원하러 꼭 잠실구장에 오겠다"며 밝게 웃었다. 박용택 역시 "야구를 사랑하는 젊은 여대생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 오히려 내가 힘을 더 얻게 됐다"며 보람찬 하루가 됐다고 말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