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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과의 전쟁에서 4년만에 승리한 넥센. 이유는?

"그렇게 볼넷을 주지 말라고 투수들한테 말했는데 이젠 볼넷을 줘라고 할 정도로 바뀌었네요."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웃음이 섞인 말이다. 지난해까지의 넥센은 강력한 타선에 비해 마운드는 약했다. 외국인 투수들과 몇 안되는 필승조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가 없었다. 타선이 홈런을 터뜨리며 빅이닝을 만들어도 투수들이 볼넷과 안타로 상대에 빅이닝을 만들어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염 감독은 국내 투수들에 대해 항상 "안맞으려고 하다보니 볼을 많이 주고 볼카운트가 불리해져 가운데 던지다가 맞는다"라며 투수들에게 공격적인 피칭을 강조해왔었다.

그리고 감독이 된 4년째인 2016시즌. 염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고 있다. 투수들은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타자들도 공격적인 타격을 한다.

넥센의 올시즌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6분으로 SK 와이번스(3시간 13분)에 이어 최단시간 2위를 달리고 있다. 올시즌 KBO 평균 경기시간인 3시간 22분보다 6분 정도 빠르다. 넥센의 지난해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22분이었고, 2014년엔 3시간 25분이었다.

염 감독은 줄어든 볼넷 수로 짧아진 경기시간을 설명했다. 넥센의 지난해 9이닝당 볼넷은 3.63개였다. 전체 5위였다. 하지만 올해는 2.94개로 전체 1위다.

9이닝당 삼진수도 줄었다. 지난해 7.46개였던 삼진이 올해는 6.03개로 줄었다. 10개 팀 중 가장 적은 삼진이다. 맞혀 잡은 경우가 더 많다는 뜻. 즉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하며 투구수를 줄이고 경기 시간도 줄었다는 것이다. 넥센의 올시즌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6.8개로 지난해 17.2개에서 줄었다.

염 감독은 "상대팀을 보면 우리와 할 때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 투수들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는 것을 아니까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나온다"라고 했다.

3년간 줄기차게 했던 공격적인 피칭이 올해서야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뭘까. 성공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염 감독으 밝혔다. 신재영 박주현 김세현 등이 공격적으로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 다른 투수들에게도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단 5년차지만 올시즌이 첫 1군 무대인 신재영은 10승3패로 다승 2위를 달리고 있는 신인왕 0순위의 신예 투수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피치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공격적인 피칭으로 100개가 안되는 투구수로도 6이닝 이상 피칭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89⅓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은 단 7개밖에 되지 않는다. 김세현도 볼넷 없는 마무리 투수가 됐다. 34경기에 등판한 김세현은 32이닝 동안 단 하나의 볼넷만을 내줬다. 오히려 볼넷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굳이 정면승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정면승부를 펼쳐 안타를 내주는 경우가 나오기도 했다. 염 감독은 "볼넷을 주지 말라고 했던 내가 이젠 상황에 따라 볼넷을 줘도 된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이렇게 줄어든 경기시간이 결국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볼넷을 주면서 경기시간이 길어지면 야수들이 그라운드에 서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1∼2경기, 20∼30경기에선 체력에 별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쌓이고 쌓여 시즌 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 염 감독은 "이렇게 했는데 만약 성적이 나지 않았다면 전략을 수정했을지도 모른다"면서 "시즌 전 예상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우리 팀이 지금 상위권을 달리고 있으니 성공적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