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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각성했나' 고원준, 첫 실전 희망을 쐈다

롯데 자이언츠 고원준이 진정한 팀의 미래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일단 첫 실전에서 확실한 가능성을 보였다.

고원준은 11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등판,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다. 고원준은 이날 경기 3이닝 동안 총 38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 4개를 허용했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상대가 고원준이 던질 때까지 주전급 야수들을 총출동 시킨 경기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고원준의 직구 최고구속은 141km. 하지만 첫 실전이고 원래 구속이 대단히 빠른 투수는 아니기에 크게 신경쓸 요소는 아니었다. 직구 뿐 아니라 커브, 슬라이더, 싱커를 적절히 섞어 던졌다.

고원준은 1회 1번타자 요에게 초구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2번 니시카와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싱커가 날카롭게 떨어지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 3번 곤도를 포수 땅볼, 4번 나카타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직구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힘이 있어 상대 타자들 방망이가 밀렸고, 변화구도 떨어지는 위치가 좋았다.

2회에는 1사 후 아스마에게 내야안타, 나카시마에게 좌전안타를 연속으로 허용했지만 8번 이시카와를 삼진, 9번 와타나베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1사 후 니시카와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줬지만 곤도를 4-6-3 병살 처리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롯데는 당초 고원준에게 2이닝을 맡길 예정이었지만 투구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1회를 더 던지게 했다. 고원준은 2회 종료 후 3회 등판 의사를 묻는 주형광 투수코치에게 씩씩하게 "더 던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고원준은 군입대 전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잦은 음주 사고에 휘말리며 구설에 올랐었다.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신인 시절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뿌리던 투수가 130km 중반대를 던지는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며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상무 군 복무 이후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고, 군 제대 후 처음으로 합류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위의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첫 실전에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투구로 선발 요원으로서의 가치를 드러냈다.

롯데는 현재 4, 5선발 자리가 공석이다. 두 자리가 완벽하게 메워지면 좋겠지만, 그 중 한 자리라도 확실한 투수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 유력 후보가 바로 고원준이다. 고원준이 선발 로테이션에 제대로 합류해준다면 롯데는 강해질 수 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꿰어졌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