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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진 kt의 새 목표 '신생팀 최고 승률'

홈팬들 앞에서의 3연전 첫 스윕,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첫 승률 3할 돌파. 이제 kt 위즈는 무엇을 목표로 전진하게 될까.

kt는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의 완투에 힘입어 9대2로 완승,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지난달 9일부터 부산에서 3일간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 스윕으로 구단 첫 역사를 장식한 바 있지만 원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KIA 3연전은 홈팬들 앞에서 모두 이겨 그 의미가 남다르다. 3연전 내내 위즈파크에는 많은 수원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기쁨을 만끽했다.

하나씩, 하나씩 역사를 만들어가며 진정한 프로팀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kt다. 창단 첫 승을 거둘 때까지 그렇게 힘들었고, 10승을 거두기 전까지는 부족한 경기력으로 "과연 한 시즌 10승을 할 수 있을까"라는 농담 섞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트레이드, 과감한 외국인 선수 교체 등으로 반전 분위기를 마련하더니 25승55패, 승률 3할1푼3리가 됐다. 1할대 승률이 껑충 뛰어올랐다.

이제는 어느 팀도 kt를 무시할 수 없다. kt를 얕본다는 인상을 줬다가는 마음 먹고 달려드는 kt 선수들에 크게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kt 선수들도 패배 의식을 거의 떨쳐버렸다. 어느 팀도 두렵지 않을만큼 경기력이 올라왔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전력, 승차, 분위기상 탈꼴찌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선수들은 조범현 감독의 기를 완벽히 살려줄 수 있다. 바로, 신생팀 최고 승률 경신이다.

조 감독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막내팀 감독으로서의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하나 목표가 있다면 신생팀 최고 승률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 감독이 말한 기록은 지난 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기록한 승률 4할2푼5리. 당시 52승3무71패 기록이었다.

80경기를 치른 kt는 정확히 64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남은 64경기에서 무승부 없이 37승27패를 기록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62승82패를 기록하게 된다. 이 기록이 달성되면 승률은 4할3푼1리가 된다. 61승83패가 되면 쌍방울의 기록 4할2푼5리에 조금 못미친다. 시즌 초반 승수를 벌어놓지 못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수 있지만, 지금 kt의 기세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6월에 접어들며 지금까지 치른 28경기에서 15승13패를 기록중이다. 한두 번 연승 기록을 이어가고 긴 연패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도전 가능하다.

전망도 밝다. 옥스프링-정대현-엄상백의 선발 로테이션이 꽤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이닝이터 역할을 해줄 저스틴 저마노까지 들어온다. 최근 마이너리그 등판 경기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고, 이미 한국야구 경험이 있기에 곧바로 좋은 투구를 기대해볼만 하다. 김재윤-장시환의 필승조 체제가 단단해 선발진만 조금 더 힘을 내주면 연승 이어가기가 어렵지 않다.

최근 외야 자원들이 돌아가며 터지는 것도 호재다. '신의 한 수'라 평가되는 오정복이라는 복덩이를 트레이드로 얻은 것에 더해, 기존 외야수들이 건강한 경쟁 체제 속에 자신의 실력을 모두 뽐내고 있다. 부상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우며 주전 경쟁 위기에 빠졌던 김사연이 절치부심 각성하는 모습이 좋은 예다. 불꽃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이대형도 마찬가지. 트레이드 합류 후 주목받던 하준호의 경우, 잠깐 방심으로 밀릴 수 있다는 긴장감에 더욱 스파이크 끈을 단단히 조여맬 수밖에 없다.

kt가 신생팀 최고 승률 기록을 세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조 감독이 엄살로 말하던 시즌 세자릿 수 패배 걱정에 대해서는 이제 붙들어매도 좋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프로로서 절대 만족을 해서는 안되지만, 지금 자신들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도 좋다. kt 선수단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면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