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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제가 학생때 롯데팬이었던 것 아세요?'

'복덩이 이성민.'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과 염종석 투수코치는 최근 이성민만 보면 흐뭇하다. 트레이드를 통해 kt 위즈에서 데려온 투수. NC 다이노스 시절부터 유망주로 불리웠지만, 그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었는데 롯데에 와 완벽히 꽃을 피우고 있다. 롯데의 새로운 필승조로 가세하며 팀 전력을 강화시켰다. 이성민이 경기 중간 1~2이닝 정도를 완벽하게 소화해주자 여러 곳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기는 경기는 확실히 지키니 타선이 신이 나기 시작했고, 힘들었던 불펜 투수들의 과부하도 해소됐다. 이 감독과 염 코치 모두 최근 상승세 원동력에 대해 "이성민의 가세"라고 입을 모았다.

▶왜 잘하냐고요? 독기 품었죠.

올해 성적 1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3.86이다. 눈에 보이는 성적으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영양가 만점이다. 이기고 있어도, 지고 있어도 중요한 순간이다 싶으면 이성민이 나온다. 염 코치는 이성민의 진짜 가치를 이닝으로 말한다. 염 코치는 "1이닝 정도만 소화할 수 있는 다른 불펜 투수들과는 달리 이성민은 2이닝 정도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kt와 롯데 소속일 때의 차이가 크다. kt 소속으로는 11경기 12⅔이닝 2패 평균자책점 7.82였다. 반면, 롯데에서는 11경기 15⅓이닝 1승2홀드 평균자책점 0.59. 탈삼진도 무려 22개다. 이성민은 "솔직히 내가 트레이드 될 것이라고 절대 생각 못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트레이드가 됐다. 주변에서는 잘 된 일이라고 해주셨지만, 솔직히 선수 입장에서는 '내가 쓸모가 없어 보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독기를 품고 공을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자신을 눈여겨봐준 이종운 감독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이성민은 "kt에서 잘 못하고 있었는데 나를 좋게 봐주셨으니 트레이드가 된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하며 "영남대 재학시절, 경남고와 연습시합을 엄청나게 했다. 감독님이 경남고를 이끄실 때부터 나를 좋게 봐주신 것 아니겠느냐"며 밝게 웃었다.

피하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가 인상적이라고 하자, 대학시절 자신이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던 언터쳐블 투수였다고 소개한다. 이성민은 "대학 시절엔 그냥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그런데 프로에서는 쉽지 않더라. 그런데 롯데에 와서는 대학 시절 가졌던 자신감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도 행복하지만 선발이 꿈이죠.

이성민은 NC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했다. kt에서도 사실 시즌 전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팀 사정상 불펜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리고 롯데에 와 비로소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했다. 이제는 팀 최고의 믿을맨이 됐다.

이성민은 필승조 역할에 대해 "솔직히 보직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나가서 던지는 게 좋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선수 입장에서는 확실한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 동기부여가 잘 된다. 아무래도 팀에서 믿고 내보내주시는게 느껴지기 때문에 더 열심히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많은 투수들의 꿈은 선발로 성장하는 것이다. 컨디션 관리에도 편하고 잘하면 연봉도 많이 오른다. 이성민도 솔직히 그 꿈을 갖고있다. 그는 "올시즌에는 지금 자리에서 나도, 팀도 잘되고 있기 때문에 그저 행복할 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롯데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 감독도 이성민이 선발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고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저 롯데팬이었다는 사실 아세요?

롯데 생활은 어떨까. 이성민은 "하도 많이 받은 질문이라 매번 똑같이 답한다"고 말하며 "야구하는 곳이기에 어느 팀이든 비슷하다. 다만, 신생팀에서는 동생들이 많았다면 여기서는 막내"라고 했다.

이성민은 "롯데에서는 마음이 편하다"라며 밝게 웃는다. 사실, 선수 입장에서는 팀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한 신생팀에서 뛰는게 덜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매사 긍정적인 이성민에게 롯데는 자신만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장이다. 보통 프로야구 선수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인기팀에서 주목받는 걸 즐기는 유형이 있고, 조용하게 자신의 야구에만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형이 있다. 이성민은 전자다. 현장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선수들이 야구를 잘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는 "롯데라는 명문팀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공을 던지는게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밌는 얘기도 들려줬다. 프로선수를 꿈꾸던 학생 시절부터 롯데를 응원하는 팬이었다고 한다. 이성민은 "고등학교 때 집은 대구(경북고 출신)였다. 그런데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가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 그 때 신문지를 찢어 응원을 하곤 했다. 특히, 가르시아가 있던 시절 롯데의 화끈한 공격야구에 매료됐었다. 그랬던 내가 롯데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롯데 선수가 돼 행복하지만, 전 소속팀 kt 동료들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막내 kt는 여전히 최하위로 고생하고 있다. 이성민은 "kt 동료들이 경기에서 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찡해진다"고 하면서도 "내가 빠지고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며 kt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서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성민은 트레이드 당시 지나치게 장성우와 박세웅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대해 서운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만큼 세웅이가 신생팀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다는 뜻"이라고 답하며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