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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 무너뜨린 이흥련 '이 악물고 쳤다'

"진짜 이 악물고 쳤죠."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히든 카드가 높고 높은 벽을 허물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이흥련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니퍼트를 무너뜨렸다.

이흥련은 2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서 8번-포수로 선발출전했다. 의외의 카드였다. 이날 장원삼이 등판해 진갑용이 포수마스크를 쓸 것으로 예상했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흥련을 선발로 냈다.

류 감독은 경기전 이흥련의 선발 기용에 대해 "장원삼이 그동안 진갑용과 함께 배터리를 이뤘다. 그런데 아무래도 진갑용의 2루 송구가 약하다고 봤는지 상대 주자들이 2루 도루를 많이 시도하더라"면서 "그래서 이번엔 이흥련을 먼저 내기로 했다"라고 했다.

이흥련은 올시즌 초반 2군에서 뛰다가 지난 19일 1군에 등록됐다. 타격감이 좋은 진갑용을 대타 요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런데 이흥련 카드가 니퍼트를 무너뜨리는 촉매제가 됐다. 2회초 이흥련의 일격이 분위기를 삼성으로 돌렸다. 2회초 최형우의 안타와 박석민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의 찬스에서 후속 이승엽, 박해민의 연속 2루수앞 땅볼 때 3루주자가 계속 홈에서 아웃됐다. 2사 1,2루. 이제 8번 이흥련의 타석. 올해 2경기에 출전해 3타수 1안타만을 기록할 정도로 1군에서 거의 뛰지 못했다. 지난해 타율 2할2푼7리(132타수 30안타)에 홈런이 1개밖에 없을 정도로 장타가 많지 않았던 타자. 2루주자가 안타 때 홈에서 승부하기 위해 외야수가 앞당겨 수비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이흥련은 2B에서 3구째 니퍼트의 직구를 강하게 쳤고, 타구는 발빠른 중견수 정수빈이 전력질주해도 잡을 수 없게 멀리 날아갔다. 싹쓸이 2타점 2루타.

이흥련은 5회초 두번째 타석 때도 유격수앞 내야안타로 첫 타석 안타가 요행이 아님을 증명했다.

선발 장원삼의 호투도 이끌었다. 장원삼은 이전 등판인 14일 대구 한화전서 4⅔이닝 동안 7안타(2홈런) 8실점(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었다. 올해 38⅔이닝 동안 10개의 홈런을 맞는 등 장타를 많이 허용했었다.

이날은 이흥련과 호흡을 맞추며 기대만큼의 피칭을 했다. 6⅔이닝 동안 홈런없이 5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두산의 강타선을 막아냈다.

두산의 발야구를 막아내며 장원삼이 편안하게 피칭하도록 했다. 2회말 1사 1루서 오재원의 도루를 잡아냈고, 3회말에도 1점을 내준 뒤 2사 1루서 민병헌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한 김재호를 깨끗한 송구로 잡아냈다.

이흥련은 경기후 "1군에 올라올 때쯤 타격감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기전 밸런스가 매우 좋았는데 선발로 나간다고 해서 긴장을 했다"면서 "니퍼트와 작년에 대결했던 잔상이 남아있어 그것을 계속 생각했다"라고 했다. 2회초 결승 2타점 2루타도 작년 맞대결이 도움됐다. "이 악물고 쳤다"며 웃은 이흥련은 "작년 니퍼트와 대결할 때 낮다고 생각한 공이 다 스트라이크가 됐다. 2B에서 3구째 직구가 낮은 코스로 올 것을 예상했는데 딱 그곳으로 와서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었다"라고 했다.

자신의 타격보다 장원삼을 리드하는 것에 더욱 신경썼다고. "원삼이 형이 이전에 좋지 않아서 리드를 잘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는 이흥련은 "근데 원삼이 형 공이 워낙 좋았다. 직구에 볼끝도 있었고, 슬라이더도 잘 휘었다. 오늘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내 리드보다는 원삼이 형이 워낙 잘 던진 덕분"이라고 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