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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웠다' 그래서 더 무서운 강자 모비스

"마음을 비웠다."

진짜 마음을 비웠는지 아닌지는 그 속을 100%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런데 무서운 건 마음을 비운 팀이 프로 스포츠에서는 항상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6일 잠실학생체육관. 정규리그 1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유 감독은 "지는 두 시즌은 정규리그 우승을 못하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했다. 내가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 그리고 정규리그 우승을 했으니 만족하는 것은 많이 상반되는 입장이다. 어느게 정답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리고서는 개인적 결론을 내린 듯 얘기를 이어갔다. 유 감독은 "3연패 하고 싶은 마음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팀 전체를 봤을 때는 마음을 비우고 도전하는게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인천 원정길 버스에서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비우겠다고. 편안하게 마음을 비우고 플레이오프를 치르겠다"라고 말했다.

괜한 엄살이 아니다. 유 감독은 이렇게 엄살을 피우지 않는다. 자신의 팀이 강하면 "강하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한다. 천대현에 관한 부분에서 유 감독의 의중을 엿볼 수 있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천대현은 컨디션만 조금 더 끌어올린다면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포워드 라인이 약한 모비스 입장에서 건강한 천대현의 가세는 천군만마. 하지만 유 감독은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아예 안뛰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여러 복합적인 사정들이 얽매여있다. 이제 모비스는 문태영을 떠나보낸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도 더 많아진다. 리빌딩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 이 것만 따진다면 3연패 감투가 너무 무겁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출발을 할 수 있다. 또, 천대현의 경우 처럼 우승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확률도 커진다.

유 감독은 "모비스의 장점은 시스템이 잘 정책됐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주요 선수들에게 너무 편중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성적을 내다보니 신인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수급하지 못했다. 결국 식스맨이 부족해졌다"라고 했다. 모든 얘기의 앞뒤가 계속 연결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건 마음을 비운 유재학 감독과 모비스가 더 무서울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다. 안그래도 단기전에서 강한 모비스가 편안하게 마음까지 비우고 한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은 느낌은 왜 드는 것일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