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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대타의 신'이 탄생할까 [무로이 칼럼]

일본프로야구에서는 과거 전문 대타로 인정 받아 애칭까지 얻으며 각광을 받은 선수가 있었다. 대타는 타격이 약한 선수 대신 나오는 경우가 많아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센트럴리그에서 더 중용되는 편인데 지난해 센트럴리그에서 대타로 가장 많이 출전한 선수는 주니치 드래건즈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였다. 76타석이나 대타로 나왔던 오가사와라는 일본 역대 2위인 대타 6타석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등 새로운 '대타의 신'으로 주목 받고 있다. 반면 지명타자제를 도입중인 퍼시픽리그에서는 지난해 마쓰나카 노부히코와 에가와 도모아키(이상 소프트뱅크)의 33타석이 대타 최다 출전이었다.

KBO도 퍼시픽리그와 같이 지명타자가 있는데도 65타석이나 대타로 기용된 타자가 있었다. 바로 KIA 타이거즈의 이종환이다. 이종환의 대타 타율은 2할2푼6리로 시즌 타율 2할8푼7리보다 낮아 대타 성공율이 높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이종환은 대타의 어려운 점에 대해 "선발은 몇 번이나 기회가 있지만 대타는 1번 밖에 없습니다. 불리한 볼카운트가 되면 힘드니까 기다리면 안돼요"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대타로서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타율 3할6푼4리(30타석 22타수 8안타)인 박기남(KIA)과 3할4푼6리(33타석 26타수 9안타)의 김태완(삼성)이 있다. 그들에게 대타로서 필요한 것에 대해 물으니 이종환과 비슷한 답이 나왔다. 박기남은 거기에 덧붙여 "연습 때부터 몸이 빠른 직구에 대처할 수 있게 노력을 합니다. 타점이 뒤에 있으면 파울이 돼 앞에서 치려고 해요. 투수의 구종을 빨리 파악하고 기회는 한 번 밖에 없으니 공격적으로 후회 없도록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투수들은 대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삼성의 윤성환 장원삼 차우찬 안지만에게 대타로 잘치는 선수를 물어 봤는데 그들은 한참 동안 생각한 뒤 "아무도 생각이 안납니다"라는 답을 냈다. 윤성환은 "대타 전문이라면 예전에는 이재주 선수(전 KIA)가 있었는데 요즘은 없어요. 대타는 선발 타자보다 감각이 떨어져 투수가 유리한 것 같아요"라면서 "대타는 빠른 카운트에서 직구를 기다리는 경향이 많습니다"라고 했다. 한 번의 기회로 빠른 승부를 원하는 대타. 그걸 알면서 던지는 투수. 대타 와 투수의 대결에선 아무래도 투수가 우위인 것 같다.

그러면 투수로서 대결하기 어려운 대타는 어떤 타자일까. 삼성 카도쿠라 켄 투수코치는 현역 시절을 뒤돌아 보고 오미치 노리요시 현 소프트뱅크 타격코치를 뽑았다. "오미치씨는 배트를 짧게 갖고 작은 타격 자세로 임펙트를 뒤쪽에 가져가려 의식하는 타자였어요. 오미치씨는 풀카운트에서 투수가 꼭 스트라이크를 잡고 싶을 때 절묘하게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하는 신경전도 잘했습니다"라며 "요미우리에서 팀 동료가 됐을 때 오미치씨에게 대타 조정법을 묻자 '덕아웃에 계속 앉아 있으면 대타로 나올 때 공이 잘 안보이니까 1,3,5회에 밝은 그라운드에 일부러 나가서 야구장 전체를 보고 눈이 익숙해지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올해 KBO는 경기수가 128경기서 144경기로 늘어난다. 주전선수의 휴식을 위해 백업요원이 예전에 비해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보기 쉽지 않았던 전문대타 요원. 올시즌은 KBO리그에도 '대타의 신'이 출현할 수 있을까. <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