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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떨어지면 파울? 명승부 망친 판정

신중하지 못한 판정, 그리고 구태를 답습한 판정하나가 치열한 경기를 싱겁게 만들어버렸다.

SK 나이츠와 전자랜드 엘리펀츠의 경기가 열린 20일 잠실학생체육관. 양팀의 경기는 시작부터 3쿼터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접전으로 흘렀다.

승부처이던 4쿼터 종료 8분 20초 전. 57-53 SK 리드 상황. SK 헤인즈가 속공에 이은 골밑슛으로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냈다. 자유투까지 성공. 스코어는 53-60으로 벌어져버렸다. 전자랜드는 이날 경기 포웰, 정영삼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사실상 차-포를 떼고 하는 경기. 그 와중에 선전했다. 겨우겨우 버티고 있을 수 있는 힘이었다. 하지만 팽팽하던 기 싸움중 그 판정 하나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판정이었다. 헤인즈는 빠른 속도로 돌진 후 전자랜드 수비수 이정제를 들이받으며 슛을 했다. 심판은 수비자의 블로킹 파울을 선언했다. 블로킹 파울은 수비자가 공격자의 진로를 방해하는 신체 접촉을 일으킬 때 나오는 파울이다. 헤인즈가 돌파를 하는 순간 이정제가 발을 움직이며 자리를 잡아 수비를 하거나, 몸을 비틀을 진로를 방해해 공격을 방해할 때 나오는 파울이다. 하지만 이정제는 헤인즈가 오기 한참 전 자리를 잡고 헤인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찌감치 충돌을 예감한 듯 양팔을 가슴 부근에 모아 대비하고 있었다. 정면 충돌이었다. 헤인즈가 스텝을 밟아 이정제의 몸 측면을 부딪히며 슛을 했다면 수비자 파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히 정면 충돌이었다. 무조건 공격자 파울인 상황이다. 마지막 실마리 하나가 있을 수 있다. 노차징 에어리어. 그 안에서는 신체 접촉이 나면 공격자 파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정제는 노차징 에어리어 한참 앞에 서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수비자 파울을 선언할 만한 거리가 없었다.

현장 감독들은 "KBL 심판들은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들의 파울을 너무 쉽게 부는 경향이 있다. 고쳐달라고 요구해도 고쳐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농구 경기를 보면, 식스맨으로 투입되는 토종 빅맨들은 코트에 나가기면 하면 파울 2개 정도는 먹고 시작한다. 이정제는 2년차 빅맨. 물론, 경험이 부족하고 실력이 떨어져 상대를 막지 못해 파울을 범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정상적인 수비를 해도 파울을 불리는 경우가 더 많아 문제다.

반대로 헤인즈는 리그에서 파울 유도를 가장 잘하는 선수. 심판들이 '이 상황이면 무조건 수비수가 헤인즈에게 파울을 했겠구나'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름값이 떨어지고 연봉이 적더라도 똑같은 프로 선수다. 동등한 조건 아래 뛰어야 한다. 단순히 이날 경기 사례로만 얘기하는게 아니다. 이름값, 몸값에 따라 판정 기준이 달라진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어느정도의 홈 어드벤티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될 수 있지만, 이름값 어드벤티지가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잠실학생=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