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모두를 이길 수는 없다. 질 때도 있다. 끝까지 잘싸웠다. 전체적인 경기 운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던 두 번의 번트 실패가 두고두고 아쉬움에 남는다.
준플레이오프 2연승으로 스윕을 노렸던 LG 트윈스. 하지만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대4로 석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스코어가 말해주 듯, 피를 말리게 하는 접전이었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팽팽한 힘 싸움에서 어느정도 긴장이 풀린 NC 선수들이 고비를 잘 넘겼다. 정규시즌 3위 팀의 힘을 보여줬다.
LG 입장에서는 수 차례 찬스를 놓치며 역전 기회를 날렸다. 특히, 두 번의 번트 실패가 뼈아팠다. 먼저 0-2로 뒤지던 2회말. 무사 1, 2루 찬스를 잡고 희생번트로 천금의 1사 2, 3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타석에는 이번 시리즈 가장 핫한 스타 최경철. 하지만 초구 스퀴즈가 성급했다. 최경철이 이번 시리즈 아무리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정규시즌 중 기습번트를 많이 대기로 유명한 선수였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기습번트 안타를 만들어낸 바 있다. 초구 스퀴즈 작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운도 안따랐다. 번트 타구가 강하게 1루쪽으로 흐르며 이에 대비하고 있던 테임즈의 글러브 속에 빨려들어갔다. LG가 NC 선발 찰리를 상대로 3회와 4회 1점씩을 뽑으며 따라간 힘을 생각한다면 2회 추격 점수가 매우 아쉬울 따름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후 "타격감 좋은 경철이가 적극적인 타격을 했으면 했다. 하지만 스스로 번트를 선택했다. 따라가는 흐름을 만드려는 시도였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장면은 2-3으로 뒤지던 7회였다. LG는 6회 이호준에게 도망가는 홈런을 맞았지만, 7회 선두타자 정성훈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오지환. 번트 사인이 나왔다. 하지만 상대투수가 이날 최고구속 154km를 찍은 원종현임을 감안했어야 했다. 구위가 너무 좋았다. 오지환이 초구 번트를 댔는데, 힘없게 떴고 포수 김태군이 쉽게 잡아냈다. 이어 등장한 박용택이 좌전안타를 때려낸 점을 감안하면 땅을 치고 아쉬워해야 할 번트 실패였다.
물론, 이 두 장면 뿐 아니라 많은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2-2 상황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5회 무사 1, 3루 찬스. 이병규(7)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주자 오지환이 홈에서 아웃됐다. 합의 판정까지 유구했지만 아웃이었다. 상대 중견수가 이종욱에서 나성범으로 바뀐 것에 대해 한탄해야 했다. 결국 아웃카운트 2개가 늘어나며 점수를 내지 못했다. 승부처였다. 여기서 1점만 났더라도 흐름상 LG가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8회에도 무사 1, 2루 찬스에서 이어진 1사 2, 3루 찬스서 대타 이병규(9)의 2루 땅볼 때 황목치승이 홈에서 아웃된 것도 가슴을 치게 했다. 9회 2사 1, 2루에서 대타 정의윤이 직구 타이밍을 알고도 김진성의 공을 못친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세 장면은 야구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장면이다. 상대가 힘에서 이긴거다. 앞선 두 번의 작전 실패와는 조금 다른 상황들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