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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To. 박경수' LG 동료들이 띄우는 마음의 편지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22일 마산구장. 선발투수 우규민의 모자에 숫자 6이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오지환은 헬멧에 "" 표기까지 더해 숫자 6을 부각시켰다. 6은 올시즌 후반기 LG 주전 2루수로 맹활약하던 박경수의 등번호. 포스트시즌에도 좋은 활약이 예고됐던 박경수는 현재 선수단과 함께하지 못한다. 1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최종전 1회, 볼넷 시 공이 뒤로 빠진 걸 확인하고 달리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포스트시즌 박경수를 보기 힘들 것 같다"라는 말로 참담한 심경을 표시했다. 팀 전력 때문 만은 아니다. 박경수는 2003년 1차지명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2002년 가을야구를 했던 LG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기까지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암흑기를 겪어야 했다. 다시 말해, 병역 의무를 다 하고 올시즌 팀에 합류한 박경수 입장에서는 생애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에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양 감독의 신임도 두터웠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대가 컸을까. 양 감독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무리한 주루플레이를 하다 부상을 당해 혼을 내야겠다는 마음도 잠시 먹었었다. 그런데 죄송하다는 말을 하러 온 경수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이 다 아팠다"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박경수가 자리를 비웠음에도 LG는 준플레이오프 2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료들은 박경수를 위해 뛰었다. 그리고 그의 가장 가까운 동료들이 편지를 띄웠다.

▶주장 이진영 "네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 가을야구 하고 있을게."

경수야. 진영이 형이야. 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게임에서 부상을 당하는 모습을 볼 때 많이 안타까웠다. 올시즌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경수였던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아쉬운 마음이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 경수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겠지만 치료에 전념해서 완쾌된 몸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천천히 만나자는게 아냐. 기회가 된다면 포스트시즌 단 한 경기라도 경수와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우리가 경수가 충분히 치료받을 시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슨 말인지 알지? 네가 돌아올 때까지 가을야구 하고 있을테니 빨리 돌아와라. 힘내라 박경수!

▶1년 후배 2루수 김용의 "제가 형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고 뛸게요."

경수형. 형이 치료를 위해 떠나기 전, 저에게 "꼭 잘해야 한다"라고 응원해주신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같은 선수로서 느낄 수 있는 아픔도 느껴졌지만, 팀을 위해 꼭 잘해달라는 마음이 전해져 더욱 감사했어요. 그 응원의 힘으로 두 경기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긴장보다 책임감이 앞서는 것 같아요. 사실, 시즌 때 해왔던 것 처럼 주전 박경수-백업 김용의가 됐을 때 우리 팀이 가장 탄탄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포스트시즌에 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해오고 있었는데, 형이 갑작스럽게 다치는 바람에 저도 '멘붕'이 왔던게 사실이예요. 이렇게 큰 경기, 누가 주전이고 백업이고 그런 것 저희에게는 중요한 문제 아니잖아요. 함께 하는 것, 그리고 함께 승리를 만드는 것이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당연히 옆에 있어야 할 형이 보이지 않을 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수형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라고요. 저 뿐 아니라 우리팀 선수 모두의 생각인 것 같아요.

경수형. 이번 가을야구 제 다른 목표는 없습니다. 제가 형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며 뛸게요. 꼭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기적적으로 회복하셨으면 합니다. 얼른, 힘차게 가을 무대로 뛰어나가셔야죠!

▶키스톤 콤비 오지환 "형을 위해 MVP를 받을거예요."

경수형. 저 지환입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고 제가 형한테 전화 한 통 안드려 섭섭하셨죠? 사실 계속 전화드리고 싶었지만 일부러 참았습니다. 통화를 하다보면 울컥할까봐서요. 그라운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하며, 형이 이번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잖아요.

그래서 형과 약속을 하나 하려고요. 형을 위해서 꼭 MVP를 탈거예요. 시리즈 MVP, 데일리 MVP 그런거 상관없어요. 한 경기라도 꼭 잘해 MVP를 수상할겁니다. 그러면 저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터뷰할 기회가 생기잖아요. 그 때 모든 사람들 앞에서 경수형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꼭 하려고요.

무슨 말이나고요? 지금은 비밀입니다. 제가 MVP를 탄다는 것은 우리 팀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잖아요. 그 때 기분좋게 형에게 다시 편지를 띄울게요. 제 마음을 모두 담아서요.

그 때까지 형, 치료 잘 받으시고 저희 응원 많이 해주세요.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수형.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