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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대표팀의 윤활유, 숨은 리더 강민호-김현수

"두 사람이 한마디씩 하면 선수들이 꼼짝 못한다니까."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야구 대표팀. 일단 경쟁 국가들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단기전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 대표팀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똘똘 뭉쳐야 한다'이다. 제 아무리 개개인의 실력이 좋아도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서로 믿고 뭉치지 못하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

때문에 주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대표팀 주장의 중책은 4번타자 박병호(넥센 히어로즈)가 맡게 됐다. 류중일 감독이 박병호를 콕 찝었다. 듬직한 이미지에 야구까지 최고로 잘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실제 박병호도 소집 첫날부터 주장으로서 선-후배, 그리고 선수-코칭스태프 간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단, 박병호는 성인 대표팀 경험이 없다. 약점 아닌 약점이다. 선수단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박병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빛을 발할 수 있지만, 대표팀 특유의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을 완벽하게 지휘하기에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다. 말이 대표팀이지, 사실 선수들은 더 힘들다. 프로는 야구만 잘할 수 있도록 프런트들이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챙겨준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의 생활이 편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오히려 아마추어의 생활을 해야한다. 자신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 숙소에서 빨래는 물론, 장비 관리 등도 손수 해야 한다. 오재원(두산 베어스)이 첫 연습에서 글러브를 분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로 경기 도중 선수가 장비를 분실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대표팀이 똘똘 뭉쳐 굴러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었다. 나이로만 따지면 선배가 아닌 친구, 후배급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선배라고 자부할 수 있는 야수조 두 사람의 역할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강민호(롯데 자이언츠)와 김현수(두산)다. 강민호는 85년생, 김현수는 88년생이다. 오재원(두산) 나지완(KIA 타이거즈) 이재원(SK 와이번스) 등이 강민호와 동갑이거나 1살 어리지만 이들은 대표팀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강민호와 김현수는 화려하다. 강민호의 경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년 제3회 WBC 등 굵직한 대회를 모두 경험했다. 김현수도 마찬가지. 2006년 두산에 입단했기 때문에 도하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후 경력은 강민호와 같다. 어느 대회든 국제대회에서는 팀이 운영되는 시스템이 비슷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표팀 경험이 많은 두 사람이 경기 내-외적으로 분명 여유가 있다.

대표팀 조계현 수석코치는 "잘 지켜보니 두 사람이 한마디씩 하면 선수들이 꼼짝을 못하더라"라며 두 사람의 숨은 리더십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서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고, 첫 대표 경험의 선수들이 많기에 훈련이나 생활 과정에서 조금 어색하거나 삐끗하는 장면이 연출되면 두 사람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한마디씩 툭툭 던진다고 한다. 선수들도 '대표팀 선배님'들의 말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특히, 두 사람은 다른 선수들이 자신들을 따르게 할 수밖에 없는 최대 무기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국제대회 입상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주전 포수와 좌익수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강민호와 김현수. 두 사람이 툭 던지는 "이렇게 하는 것 보니 군대에 가고 싶나 보다"라는 한 마디에 선수들 움직임이 일사분란해진다는 후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