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경기만 봤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대투수' 양현종 조기 강판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감독은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에이스 양현종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양현종은 17일 삼성전 선발로 등판했다.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하다, 4회 3실점하며 주춤했다. 5회에도 2점을 주고 2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KIA 타선이 초반부터 터졌다. 4회 대거 6점을 내는 등 8-5로 리드 상황이었다.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양현종이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보통 감독들은 투수들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이럴 경우 이닝을 끝낼 기회를 준다. 더군다나 양현종 아닌가. 신인급 선수도 아닌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런 투수를, 승리 요건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빼는 결정이라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승부처라 생각한 이 감독은 눈을 질끔 감았다.
다행히 바뀐 투수 김대유가 김영웅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KIA는 1-2위 싸움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양현종 입장에서는 당연히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걸로밖에 해석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감독은 더그아웃에 들어온 양현종에 과감한(?) 백허그를 해줬다. 그 순간부터 이튿날까지 이 감독의 충격 백허그가 화제가 됐다. 젊은 감독으로서,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고 선수와 적극적인 소통을 한다는 것에 참신하고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감독은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만 봤다"고 짧고 굵게 첫 얘기를 꺼냈다. 이어 "앙현종이 5회를 잘 끝냈으면, 6회에도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올시즌 우리가 삼성 상대로 유독 김영웅, 김헌곤한테 맞아 진 경기들이 많았고, 내 머릿속에 남았다. 물론 우리 키플레이어인 양현종을 그렇게 내리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김영웅에게 그 상황에서 맘ㅈ으면 데미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경기 전부터 김영웅과 김헌곤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를 했는데, 딱 그런 상황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양현종과도 얘기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양현종도 흔쾌히 이해한다고 하더라. 1경기 어떻게든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감독이 확실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 이겨야 선수들 피로도도 최소화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백허그 상황에 대해 "양현종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나 봤는데, 더그아웃에 남아 선수들 하이파이브 해주고 있더라.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계산된 행동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