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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 만하다? 칠 수 없는 '괴물'의 공이었다...양석환 3구삼진, 왜 예술의 경지였나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류현진이 클래스를 보여준 3개의 공.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왜 '괴물 투수'인지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류현진이 4번의 도전만에 KBO리그 복귀승을 따냈다. 류현진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6이닝 1안타 2볼넷 8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12년 만에 전격 KBO리그 복귀를 선택, 엄청난 관심을 모았던 류현진은 앞선 3번의 투구에서 2패만을 당하며 많은 이들의 걱정을 샀었다. 여기에 '류현진 효과'로 시즌 초 7연승으로 잘나가던 한화는 류현진이 3번째 등판인 키움 히어로즈전 9실점으로 무너지는 충격을 함께 이겨내지 못하고 5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그 5연패를 스스로 끊어냈다. 정말 이를 악물고 던지면, 얼마나 위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먼저 구속이 KT 위즈전, 키움전과 비교해 확실히 빨랐다. 최고구속은 148km였지만 평균이 145km였다는 게 중요했다. 이전 경기들은 140km 초반대 공들이 많았다.

그리고 기가 막혔던 건 제구. 앞선 경기들에서도 제구가 나쁘지 않았지만, 이날은 가운데 몰리는 공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한 코너워크를 해냈다.개막전인 LG 트윈스전 150km를 찍었지만 제구가 흔들려 이후 2경기는 구속을 줄이고 영점 잡기에 신경을 썼는데, 이날은 구속과 제구 모두 100점이었다.

여기에 류현진 특유의 수싸움도 압권이었다. 이날 몇 개의 루킹 삼진이 나왔는지 세기도 힘들 정도였다. 두산 타자들이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 장승현의 부상으로 엉겁결에 출전한 김기연의 안타가 아니었다면 엄청난 굴욕을 당할 뻔 했다.

'이게 류현진이다'를 보여준 승부처가 있었다. 5회 선두타자 양석환과의 대결. 다들 류현진의 5회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키움전 4회까지 잘 던지다, 5회 갑자기 난타를 당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투구수가 늘어나면 힘이 빠진다'는 그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했다.

초구 128km 체인지업이 바깥쪽 높은쪽으로 오다 뚝 떨어졌다. 스트라이크. 알고도 치기 힘든 공. 그런데 대단한 건 그 다음 공이었다. 143km 직구가 바깥쪽 높게 들어왔다. 초구 체인지업이 들어오던 그 궤적이었다. 양석환의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또 떨어지는 건가' 하다 훅 살아들어오는 높은 직구에 어설프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말았다. 엄청나게 답답한 표정이었다.

류현진은 심란해진 양석환에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3구 146km 직구를 몸쪽에 그대로 꽂아버렸다. 바깥쪽 공 2개에 대한 잔상이 엄청났던 양석환은, 갑자기 몸쪽으로 치고 들어오는 공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배터 박스를 벗어나야 했다.

3구삼진이래서가 아니라, 타자를 상대하는 과정 자체가 완벽했다. 그런 그림은 어떤 투수도 포수도 그려볼 수 있지만, 똑같은 곳에 다른 구종으로 강약을 조절해 공을 던져야 그 '예술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 리드를 포수 최재훈이 전적으로 했는지, 류현진이 주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매우 인상적인 장면인 건 분명했다.

그 다음 타자 박준영을 상대로 첫 2개의 체인지업이 바깥쪽 제구가 되지 않았다. 그럼 타자는 다른 구종의 공이 올거라 생각할 확률이 높은데, 류현진은 여기에 연속 3개 더 체인지업을 던져 볼카운트 싸움을 2B2S으로 유리하게 만들어냈다. 이 싸움 역시 흥미로웠다. 박준영을 상대로는 2회 첫 만남에서도 연속 7개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