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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만 빠른 '볼질' 투수인줄 알았더니...150km 영점 잡히니, 최고 좌완 향기가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초반은 암울했다. 안그래도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에, 개막 4연패를 당했다. 야구계에서 '1약' 얘기가 나왔다. 승수 자판기로 전락할 위기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화 이글스의 7연승보다 더 충격적인 반전이다. 4연패 뒤 파죽의 6연승. 이제 키움을 만만히 봤다가는 큰 코 다칠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있다.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 피칭으로 팀의 11대7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2연승. 직전 LG 트윈스전 7이닝 무실점 역투에 이어 또 잘 던졌다. 3실점을 했는데, 노시환과 요나단 페라자에게 맞은 솔로포 2개가 있었다. 공격적으로 피칭하다 허용한, 어쩔 수 없는 홈런이었다. 상대 타자들이 잘 친 거였고, 그 나머지는 헤이수스가 한화 타자들을 압도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들어가니 투구 수를 줄인 효율적 피칭이 가능했다. '볼질'로 어렵게 경기를 끄는 것보다, 주자가 없을 때는 솔로홈런 한 방 맞더라도 승부를 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헤이수스에 대해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NC 다이노스와의 KBO리그 데뷔전. 3⅓이닝 5실점(4자책점) 패전이었다. 그 때는 형편 없었다. 구위는 좋은데, 제구가 아예 되지를 않았다. 폼도 와일드하고, 뭔가 공은 빠른데 제구가 없는 투수라는 느낌을 줬다. 볼넷 3개에 사구도 2개가 나왔다.

그래서 키움의 시즌 전망이 더 부정적이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외국인 투수들이 나올 때 이겨야 하는데,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도 부진하고 헤이수스까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다.

LG전 제구가 잡히기 시작했다. 제구가 잡히니, 왼손 투수가 뿌리는 150km 강속구는 마구같이 느껴졌다. 헤이수스를 상대했던 LG 캡틴 오지환은 "나름대로 준비를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구위가 훨씬 뛰어난 투수였다. 슬라이더가 흘러나가는 각이 특히 좋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강한 직구에 체인지업이 잘 떨어지자 한화 타자들이 맥을 못췄다. 여기에 슬라이더, 커브, 컷패스트볼까지 섞어 던졌다. 제구만 된다면 절대 공략이 쉬운 투수가 아니다.

헤이수스는 "NC전은 KBO리그 첫 등판이었다. 그래서 고전한 부분이 있었다. 긴장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더니 그런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 할수록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해가고 있다"고 달라진 이유를 밝혔다. 이어 "스트라이크존에 더 공격적으로 투구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전략을 잡고 있다. 내 공을 믿는다. 그러니 그렇게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다. 구속, 공의 무브먼트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홍원기 감독 역시 "스프링캠프에서는 제구가 나쁘지 않았다. 첫 경기를 보고 걱정하셨을텐데, 선수 본인이 열린 마음으로 조언 등을 받아들인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헤이수스는 한화전 투구 도중 내전근에 불편함을 느껴 갑작스럽게 교체가 됐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예방 차원으로 자신의 상태를 코칭스태프에 알린 것이었다고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